상대에게도 당신에게 잘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 어떨까요?
한국 문화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라고 해요. 그래서 한국인들은 그 영향력을 줄 준비도, 받아들일 준비도 돼있는 성향이라고 합니다. (허태균 박사님)
그래서 그럴까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 만의 독특한 특성이 있어요.
눈치
바로 이 눈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죠. 어쩔 땐 너무나도 당연하게 눈치 없는 사람을 비난하고, 사회생활 못한다고 규정지어 버리기도 해요. 이 눈치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양한 정도와 범위를 넘나들고, 상대에 맞춰 나의 다양한 면모가 발현되는 거죠.
눈치란 누군가에게는 배려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센스일 수도 있지만... 상대에 맞춰서 나를 기꺼이 바꿔버리는 관계지향적인 태도는 어쩌면 나의 정체성이나 가치관에 혼란이 올 수도 있어요.
사과도 받는 사람이 괜찮다고 할 때까지 해야 하고,
농담도 듣는 사람이 재밌어야 농담이고,
바람도 연인이 기분 나빠하면 바람이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눈치를 보며 퇴근도 못하고, 월급도 적게 받고,
감정노동을 하고, 나의 책임이 아닌 일까지 떠맡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내가 원하는 상황보다는, 내가 속한 크고 작은 공동체 내에서의 전체적인 관계를 읽어서 거기에 걸맞은 언행을 해야만 하는 의무가 생기는 거죠. 관계에서 두 수 앞을 읽고, 상대가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것을 원할 것이라고 내가 추측해서, 자발적으로 나를, 내가 원하는 것을, 희생해가며 상대의 기분에 맞춰줘야 하니까요.
평생을 그런 사회에서 나고 자랐으면, 어쩌면 우리의 생존 방식이 되었을 수도 있어요. 착한 아이 증후군이나, 착한 사람 콤플렉스로까지 발전하게 됩니다.
그런데... 조금만 시각을 바꿔 보면, 나의 좋은 마음이 상대를 가해자로 만들고 있지는 않나요? 내가 좋은 마음으로 기꺼이 해주는 행동들이 나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들고 있지는 않나요? 그러면 그 좋은 마음이 정말 좋은 마음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상대가 원하는 게 있을 때 내가 기꺼이 그것을 이뤄지게 해 준다면, 혹시 내가 상대에게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상대의 눈치를 보고 상대에게 맞춰준다는 게 나 스스로 옥죄이는 불필요한 책임감이 아니었을까요? 내가 나 스스로를 그렇게 만들고 있지는 않나요?
어쩌면... 나의 호의가 상대방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나의 지나치게 광범위한 배려가 상대방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었을까요? 사실은 그냥 내 생각에 갇혀서 상대의 마음을 넘겨짚어 버린 건 아니었을까요? 상대의 생각을 표현할 기회도 주지 않고, 그냥 그럴 것이라고 지레짐작 해버린 건 아니었을까요?
좋은 의도였지만 상대에게 불필요한 배려와 친절을 발휘해놓고, 똑같은 호의를 바라는 눈치를 상대가 못 알아챈다면... 그건 상대가 나쁜 사람이라 그런 걸까요?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내가 만들어 버린 건 아닐까요? 원치 않는 친절은 폭력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눈치가 없어서 돌려 말해줘도 못 알아듣잖아
너를 배려해서 나는 말조차 꺼내지 않았어
넌 눈치도 없냐. 상황 파악 좀 해라.
이런 피상적인 말보다, 차라리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게 어떨까요? 어쩌면 상대는 정말 좋은 사람인데, 어떻게 할지 방법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어요. 불편한 게 있으면 표현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알려 주세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야기 해주세요. 상대에게도 잘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나는 각자의 감정을 존중하는 친구사이를 원한다면, 그 친구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친구가 선을 넘었다고 느낄 때, 감정 쓰레기통의 역할을 거부하고 친구에게 잘 설명해주세요. 내가 나 스스로를 이용당하게 두지 말고, 친구에게도 나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세요!
네가 나에게 몇 번의 선을 넘어서 널 손절할 거야!
이건 누가 봐도 손절할 만한 일이고 네가 잘못한 거야!
이게 당연한 예의인데 너는 지키지 않았으니까 친구도 아니야!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 감정 모두 타당해요. 하지만 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여기서 잠시 시간을 갖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좋아요.
우리가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소중한 관계였다면, 친구가 스스로 깨닫고 변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줄 수도 있고, 친구에게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수도 있어요. 친구의 상황이 더 나아질 때까지 조용히 곁을 지켜줄 수도 있고, 꼭 자주 만나거나 매일 연락하지 않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묵묵히 친구를 생각해줄 수도 있죠. 그래도 안 된다면, 그 친구와 함께해서 재밌고 즐거웠던 시간만 추억하다가 또 언젠가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 )
내가 이상한 거야?
내가 꼰대인가 봐?
상대의 반응이 어떻든 간에, 내가 나를 위해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게 어디까지인지 스스로의 기준을 정해주세요. 사회적 통념이나 대다수의 의견이 아닌 나만의 중심을 잡아주세요. 상대가 고마워하든 하지 않든,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내가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만큼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그 정도만 해줘도 또는 해주지 않아도 이미 충분해요.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아요.
그런데 그 또라이를 또라이로 보는 건 나의 시각일 뿐, 그 또라이에게는 내가 또라이가 될 수도 있죠 ㅎㅎ 내가 알고 있는 세상, 내가 보는 전부, 내가 옳다고 믿는 가치와 절대적이라 생각했던 옳고 그름이 있잖아요. 그 사상이 너무 강하면 나의 시야를 가릴 때도 있어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도, 똑같은 교육과정을 공부해도,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도, 아마 나와 똑같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은 일원적일 수 없고, 한 사람의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기도 하니까요. 제각기 독자적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사실 법을 어기지 않는 한 틀렸다는 평가는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죠.
나도 옳고 상대도 옳고. 나도 또라이고 상대도 또라이고. 우리는 정말 다양한 또라이들과 함께 세상을 살고 있어요. 우리 모두가 또라이가 되면 사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정상이고 우리 모두가 옳은 것 아닐까요? 그렇게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서로를 존중해주는 그런 관계로 나아가는 건 어떨까요?
상대를 알아가고 이해하면서, 내가 몰랐던 세상을 보는 마음의 눈을 더 키울 수 있어요. 그렇게 나를 더 큰 사람으로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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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옛날에 읽었던 글인데 여전히 기억에 남아서 공유해요.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솔직하게 마음을 고백하는 것. 마찬가지로 연인, 가족, 친구, 그 모든 관계에서도 어쩌면 솔직한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거예요.
나 스스로에게도 솔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자기 자신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상대에게도 나의 진심을 들어주고 존중해줄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내 마음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나는 진심을 표현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난 그 여자애가 좋아 그 아이를 대신해 죽고 싶었다. 그 아이를 밀쳐내고 내가 대신 차에 치이고 싶었고 그 아이를 괴롭히는 나쁜 어른들에게 맞서다 몽둥이로 맞아 죽고 싶었다. 불치병에 걸린 그 아이에게 수혈해 줄 수 있는 혈액형을 가진 사람이 나뿐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피를 몽땅 빼주고 난 죽어버렸으면. 그 아이가 죽은 나를 안고 울어주길 바랐다. 그 아이의 눈물이 내 얼굴 위로 떨어지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때의 나는 그런 게 용감한 사랑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 같다. 숭고한 희생 비슷한 거. 보잘것없는 내가 그 아이 마음에 이름을 새기려면 결국 그 정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사실은 비겁했다. 마음을 다 주고 죽고 나면 나는 나 몰라라 할 수 있고 결과를 안아야 하는 건 그 여자애일 테니까. 진짜 용기는 보잘것없는 나를 그대로 내어 보이며 말이라도 한 번 걸어보는 것이었을 텐데. 가장 덜 창피하고 우아한 방법을 바랐으니 결국 그런 공상이나 했던 것이다. 그래. 쪽팔려도 살아있어야지. 우리 그래야 용감한 것이지. 쌍코피가 터지고 똥밭을 뒹굴어도 거지꼴로 달려가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용감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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