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Oct 26. 2022

늦잠자던 아기를 깨우시던 어머니

심리상담가 미국인 시어머니

pexels.com


시댁에서 남편이 어린이였을 때의 홈 비디오를 우연히 보게 됐다. 아침에 늦잠을 자고 싶어 하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깨우는 어머니의 모습. 세네살 정도 되보였던 아기, 남편에게도 그런 어렸던 시절이 있었구나.


잠이 덜 깨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해 팔다리를 주물러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고 좋은 하루가 시작되었다고 말해주고, 등을 쓸어주며 동요를 불러주기까지... 거의 한 시간 넘게 그렇게 아이를 깨우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물론 매일 그러지는 않았겠지만 나에겐 너무나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 남편은 그렇게 사랑받고 컸구나. 스스로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자랐구나. 그렇게 안정적이고 자존감도 높을 수 있구나.




내가 우리 남편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있다. 바로 남편의 다정한 말투.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주 사소한 생각도 공유하고, 재밌는 일이 있었으면 나중에라도 감상을 꼭 말해주는 그런 다정함. 자잘한 일상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관찰해서 재잘재잘 이야기해주는 그런 다정함.


너는 오늘 하루 어땠어?

너의 어린 시절은 어땠어?

너의 생각은 어때?


그리고 꼭 나에게도 질문해주고, 내가 이야기해주는 걸 좋아하는 다정함. 직설적이었던 내가 어렸을 적 추억을 이야기하거나 따뜻한 말이나 애정표현을 할 수 있도록 계속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는 그런 다정함.


오늘은 눈 화장이 바뀌었네

너의 심장 소리가 들려

발 모양이 Egyptian 모양이야


나의 사소한 특징들을 기억하고 사랑스럽게 여겨주는 그런 다정함. 나의 콤플렉스도, 자연스러운 생리현상도,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모습도 좋다고 해주는 그런 다정함.


그 다정함은... 남편이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가정환경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 이게 이 사람의 본성이구나. 며칠 성격 죽인다고 될 일이 아니구나. 어머님께서 정말 잘 키워주셨구나.


심리상담가가 직업인 시어머님,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전부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를 생각해주시는 그 마음을 감사하게 받고 있다.


내 미국인 남편의 미국인 어머님, 남편이 미워질 때마다 남편을 이해할 수 있게 방향을 잡아주는 큰 지도같은 존재이다. 남편이 자라온 환경, 남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 남편의 기질과 성향들 모두 담겨있는 지도.


네이트판과 미즈넷을 읽으며 시댁 헬게이트에 대비했던 나에게 어메뤼칸 시댁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항상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시는 어머니께 배운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https://brunch.co.kr/magazine/kim30064789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