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의 이유를 찾아서
한국 사람 8282.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너무나도 빠르게 돌아가는 하루에 무한정한 이해심과 배려가 필요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내가 여유를 갖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주고, 아이의 주체성과 자립심을 세울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아이의 정체성과 심리를 헤아려줄 수 있을까? 그냥 못 기다리고 주스를 컵에 따라 주는 방법을 선택하면 어떻게 될까?
아이가 자연과 벗 삼아 살면서 맑은 공기, 녹색 풍경, 정서적 안정 등을 얻었으면 하면서도 상처하나 나지 않길 바라고 세균이나 바이러스에서 안전하길 바라고 옷이나 신발을 깨끗하게 오래 입었으면 하는 모순적인 기대가 생기면?
비가 오면 나도 쫄딱 젖을 테고 우비를 입히고 우산을 씌우고 장화를 신겨도 젖을 텐데 외출할 수 있을까? 집안에만 갇혀 있다면 아이도 답답할 텐데. 진흙탕이나 비 온 뒤 물 웅덩이에 뛰어가는 아이에게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아니면 장화라도 신고 가라고 잔소리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잔디밭에서 뛰어놀면 강아지 똥 싼 것만 보이고 "쯔쯔가무시 걸려!!!! 풀 위엔 뭐 깔고 앉아!!!!" (Feat. 써니) 하는 한국사람 그 자체인 걱정부터 들면 어떡하지? 돗자리 깐 데 위에서만 놀게 한다면, 잔디도 못 밟고 맘껏 뛰어놀 수 없는 아이도 답답하겠지...
아이를 보호하기보다 현실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어떡하지? 좋은 것만 보고 맘껏 행복하라고 네가 원하는 삶을 살라고 하고 싶은데, 독립해 나갈 '아이를 위해' 사회는 정글이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공부해라 돈 벌어라 남에게 피해 주지 않게 빠릿빠릿하게 행동해라 너만 그런 거 아니다 남들도 다 그렇다 잔소리를 하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아이에게 주고 싶은 인생은 어떤 인생일까?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내 아이가 힘든 길을 선택한다면 진심으로 응원해줄 수 있을까? 위험한 일을 선택한다면, 어렵고도 어려운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한다면, 너의 결정을 존중해줄 수 있을까? 상처받을 것이 분명한데, 그 상황을 예방하려는 충동을 참아낼 수 있을까? 아이가 이겨낼 수 있다고 믿고 개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가 상처받는 걸 두고만 볼 수 있을까?
예쁜 것만 보고 예쁘게만 살길 바라는데...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똥을 찍어 먹고 있으면 지지라고 못 먹게 하고 싶으면 어쩌지? 무엇이 진정 아이를 위한 일일까? 나의 아이는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할까?
아이를 잘 키울 수 없으면 낳지 말아야 할까? 아이를 잘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구온난화도 심각하고... 세계경제도 위기인데... 전염병까지 돌고... 이렇게 힘든 세상에 또 다른 생명의 탄생 (또는 그 계획) 이 축복받을까? 나는 빈털터리인데...
이렇게 비관적인 나의 생각과는 달리, 남편은 자신이 세상을 살아보니 행복해서 좋아서 아이를 낳고 싶다고 했었다. 그게 나에게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물론 유전자 본능 어쩌고 이런 말도 하긴 했음)
이 사람은 어떤 유아기를 보내고 어떤 가정환경에서 컸을까? 지금 청년기를 이렇게 보내고 있는데 진심으로 행복할 수 있나?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는 왜 불안할까?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https://brunch.co.kr/magazine/kim30064789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