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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26. 2022

have pp 보다 더 중요한 메모리 박스

메모리가 가득한 아이의 행복한 삶

pexels.com


영어 과외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일화가 있다.


외국인 학교 유치원 다니는 한국 아이가 스펠링을 줄줄이 외우고 문법 개념도 전부 이해한다고. 주말에 뭐했어? 어디 가본 적 있어? 하면 대답을 잘 못하면서도, 과거분사가 뭐야? 그럼 바로 have pp!!! 라고 대답한다고.


유치원에서는 파닉스만 알려주고, 즉 스펠링을 안 가르쳐주고, 말하고 싶은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써보라고 한다. 스펠링은 굳이 노력해서 암기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그때 가서 배워도 괜찮다고. 그런데 유치원 입학 전부터 선행학습에 익숙한 한국 학생들 소리 나는 대로 써봐 하면 스펠링을 아는데 왜 틀리게 써요? 라고 되묻는다고.


당시의 나는 그게 문제인지 몰랐다. 왜냐하면 나에게도 과거분사는 have pp 였으니까. I my me mine 을 외우고 good better best 를 외우고 am was been 을 외워야 했으니까. 각 학년별로 필수 단어 숙어 암기장이 있었고, 성문 기초 영문법을 공부했으니까.




그런데 시댁에서 남편의 '메모리 박스'에 가득 쌓인 그림일기를 보며 깨달았다.


아, 과거분사를 배우는 이유는 번부터 번 까지 있는 보기 문장에서 틀린 걸 찾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을 말하고 싶을 때 써야 하기 때문이구나!


그런데 나는 하루 온종일 학교 학원 뺑뺑이에 딱히 나눌만한 경험이 없었다. 정답이 뭔지 알려고 급급했고 정답이 없다고 너의 의견이 정답이라 그러면 당황했다. 나는 의견이 없었으니까, 정답을 알려 달라고 그거에 나도 동의한다고 그걸 외우겠다고.




입학 전에 한글을 떼고 구구단을 외고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할까? 구구단을 19단까지 외우고, 온갖 전집을 섭렵하고, 문제 은행을 다 풀어서, 그 아이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물론 아이가 원해서 너무너무 좋아해서 스스로 하는 거라면 몰라도...


아무리 열심히 공부했어도 시험을 못 봤다면 그 노력이 모두 헛된 일이었을까? 떨어진 등수만큼 한 대씩 체벌할 수도 있지만, 대체 무엇을 위한 체벌일까? 열심히 시험을 준비한 과정을, 그동안 간절히 노력했던 마음가짐을, 그리고 함께 열심히 공부한 친구들과의 선의의 경쟁을... 다독여 줄 방법은 없을까?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가 꼭 성적이어야만 한 걸까? 그래, 옛날 세대에는 그럴 수도 있었겠다고 치자.


그렇다면 지금은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우리의 다음 세대는 어떤 인생을 살 수 있을까?






https://brunch.co.kr/magazine/kim30064789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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