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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26. 2022

남편을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깨달음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pexels.com


벌써 우리가 만나지도 7년, 곧 결혼한 지 4주년이 다가온다.


뭐든지 빨리빨리만 살다가 일생이 느릿느릿한 남편을 만나 속도를 맞추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나를 되돌아봤다. 내가 어떤 사회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회상하면서 만약 내가 아이를 키운다면 어떻게 자랐으면 좋을지 고민한 글이다.




남편은 나의 중심이 되어준다.


나는 다른 사람들 만나서 팔랑팔랑팔랑팔랑 거리는 서타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끝없이 날아올라가다 기압차로 팡 터져버리는 풍선 같은 나.


사실 나는 내가 상대에 맞춰주는 편이다. 강하게 나의 의견을 펼칠 것처럼 드세보이지만 "너를 사랑하니까 그런 거야" 한마디에 사르르 녹는다. 가스 라이팅 당하기 딱 좋은 나란 인간.


그래서 내가 흔들릴 때 상대도 같이 흔들리면 걷잡을 수 없이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하지만 지금 남편은 작렬하는 태양. 은하수를 끌어당기는 어마 무시한 중력의 힘을 가진 사람.


그렇게 먼지처럼 가볍게 자유롭게 떠다니다가, 집에 딱 들어가는 순간 초강력 자석에 끌리는 철가루처럼 착 붙는다. 다시 중심으로 돌아온다.


안정적이고 한결같은 사람. 나의 중심, 나의 가정, 내가 돌아갈 곳.




남편이 이해가지 않는다고 떠벌떠벌하지만, 역설적으로 내 아이는 남편처럼 살기를 바란다.


누군가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잡을 줄 아는 사람

외부적 상황에 휩쓸려가지 않고 내면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

신중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그만큼 자신의 신념과 행동에 당당한 사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내는 사람

다른 사람들이 빨리빨리 지나가도 나만의 속도로 갈 수 있는 사람

건강한 심리상태를 가지고, 스스로의 자존감과 존엄성을 지켜낼 줄 아는 사람.


내가 박사님과 스님과 의사 선생님과 상담가와 코치님을 쫓아다니고 길을 잃고 방화하던 긴긴 시간의 끝에, 인생의 진리라고 깨달은 내용을 그대로 이미 실천하고 있는 사람. 내 곁의 파랑새.


알량한 자존심 싸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가 존중하는 진정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다.




말로는 쉽고 이론으로는 다 알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실천이 어렵다. 엄청난 용기를 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스스로에게, 그리고 타인에게도 무한하게 사랑받을 용기

상대의 호의도 거절도 존중할 줄 아는 용기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용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받아도 자신과 분리시켜서 생각할 수 있는 용기

독립적인 존재임을 이해하고 타인을 인정하고 존중해줄 수 있는 용기

아무도 봐주지 않아도 꾸준히 선함을 실천하는 용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스스로 이뤄내려고 시도하는 용기

포기할 건 포기하고 선택과 집중할 줄 아는 용기

그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선택해서 볼 줄 아는 용기


나도 만약에 자녀가 생긴다면, 우리 아이도 그렇게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물론 남편 말이 다 맞는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폭주하는 나에게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남편 덕분에 주변을 살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30년의 세월 동안 살아온 것보다 남편을 만난 4년 동안 나는 더 성장했다.





https://brunch.co.kr/magazine/kim30064789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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