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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30. 2022

Let it shine Let it shine

This little light of mine




let

1. [동사] (…하게) 놓아두다  

2. [동사] (…을 하도록) 허락하다 




심리 관련 결혼 관련 공부할 때 가장 많이 본 단어이다. 이게 한국어 번역이 조금 어려운 것 같다. 우리가 잘 안 쓰는 표현이라 그런가 직관적인 이해가 처음에는 조금 어려웠다. 낯설었다고 해야 하나.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너무너무 유명한 비틀즈 노래 let it be, 더 유명한 것 같은 프로즌의 노래 let it go, 그리고 찬송가인데 정말 많이 불리는 let it shine, 그러니까 다 좋은 말인 것 같은데... 내버려 두는 거, 정말 어렵다. ㅠㅠ 아무것도 안 하면 되는데 한국인들 8282라 그런가 정말 우리의 본성을 억누르는 ㅠㅠ




나와 닮은 사람에게 끌린다? 남편이 나랑 비슷한 면이 많았던 것 같은데... 우리도 연애할 때 서로를 알아가면서 나와 같은 사람이 있구나 이 사람과 함께해도 좋겠다 생각했던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뭐였지 


나와 다른 사람에게 끌린다? 나는 작은 눈이 싫었는데 남편이 왕눈이라 끌렸나, 남편은 내 작은 눈을 좋아해 줬는데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나는 제사가 싫었는데 제사 없는 시댁이라 더 좋았나. 나는 여유롭고 느긋하고 예쁜 말을 해주는 남편의 그런 모습이 아직도 정말 좋은데, 정말 배우고 싶은 능력.


남편이 남편 모습 그대로 살 수 있도록 내버려 둬야 하는데. 

남편이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하는데. 

남편이 스스로 행복할 수 있도록 그냥 둬야 하는데.







우리 남편은... 눈치는 빠른데 눈치를 보지는 않는다. 감정도 기가 막히게 잘 읽는데 자기가 뭘 하지는 않는다. 


내가 자라온 사회에서는 상대를 위해 눈치를 살피면서 상대가 원하는 걸 두 수를 앞서 읽고 미리 대처하는 게 배려이자 센스인데. (물론 제가 잘했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 그러니까 내가 열받는 이유는 센스 있게 배려해줘야 한다고 믿었는데, 그게 예의이자 의무라고 배웠는데, 사회화로 교육적으로 세뇌당했는데, 안 해주니까 그랬던 건가 보다. 


근데 더 열받는 건 사실 안 해도 된다는 거. 




공부 안 해도 잘 살아.

돈 안 벌어도 그럭저럭 살아.

계획이 없어도 다 돼.

조금 늦어도 받아줘.

딱히 뭐 안 해도 괜찮아. 


하늘이 무너지지도 않고, 세상이 뒤집히지도 않고, 해가 서쪽에서 뜨지도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도 남편의 나라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 마감기한을 못 맞춰도 사유서를 제출해서 잘 설명하면 인정이 된다. 벌금을 제때 못 내도 사정을 설명하면 받아들여진다. 그의 세상에서는 그의 나라에서는 이런 사소한 일들은 허용된다. 


그러니까 결국 내 강박 내 집착. 내가 그 꼴을 견디지 못하는 것뿐 ㅠㅠ 남편은 마음 편하게 알아서 산다. 


나 스스로를 변화시키기도 그렇게 힘든데 남을 바꾸려고 하다니, 내가 어리석었다. 




한국인들이 지양해야 할 관계




타인은 나와 다른 사람. 그 사람만의 고유한 특성과 기질, 성장 배경, 가정환경 등을 알게 되면 사실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말이 안 통한다고 아스퍼거

예민하다고 과민증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자의식 과잉

기복이 심하다고 경계성

깔끔하면 결벽증

뭐 좀 하면 주의력 결핍

뭐 안 하면 안전 불감증

화내면 분노조절장애


조금만 다르면 진단명을 붙인다. 그리고 여기는 약도 진짜 많이 먹는다. 스스로 차별점을 두기 위해 레이블을 달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을 더 잘 이해하고자 임의로 판단했을 수도 있고, 사실 정확하게 의사에게 진단받지 않는 한 그냥... 내버려 둘 수 있는 건 아닐까


이곳은 정말... 상상도 못 할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친구가 마약중독으로 돌아가신 경우

가족 중 한 사람이 파병에 다녀와 PTSD를 겪는 경우

주변인이 에이즈나 희귀병 등을 앓는 경우

국경을 넘어 피난을 왔다거나 불법체류를 하게 된 경우

총기 사건 및 각종 범죄의 피해자

정규 교육이나 의료, 복지 등 기본적인 삶의 수준조차 영위하지 못하는 경우


누군가의 배경을 모른 채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얼마나 오만하고 편견적인 마음이었는지. 얼마나 부끄러울 일인지...


우리는... 어차피 모두 다르다. let it be. let it go. let it shine. 내버려 두면 각자 알아서 산다.







백신이랑 플루 샷 한꺼번에 맞고 앓아누운 남편. 남편의 머리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한창 뛰어놀다 들어온 땀 흘리고 신나 하는 아이들의 냄새가 난다. 뜨끈뜨끈 열나는 머리, 얇고 가느다란 모발, 점점 넓어지는 M자 이마... 그래도 아기 냄새가 좋은가. 


잠결에 나오는 엄살에 새벽에 나를 깨워도, 살살 등을 문질러주면 스르륵 잠든다. 잠든 남편을 보면 천사가 따로 없는데. 우리가 싸우고 힘든 날들보다 화목하고 평온한 날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무사히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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