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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Nov 30. 2022

당신, 그리고 당신의 언어

당신을 그대로 투영하는 언어

매주 금요일 8시, 팀라이트에서 �글 쓰는 마음 레터가 발송됩니다! 이번 주 레터는 저의 옛날 옛적의 추억을 소환하여 작성했어요 : )


https://maily.so/teamwritelight/posts/2c1f7dc9






없는 게 없는 무한도전, 요즘 아이들도 이 놀이들을 알까요?




가위 바위 보슬보슬 개미 똥꼬 멍멍이가 노래를 한
다람쥐가 소풍을 간 다슬기가 춤을 춥니다!


이 노래를 기억하시는 분 계신가요? 저는 "가위바위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렸을 때 친구들과 골목길에서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자동으로 떠올라요! 트렘폴린에서 뛰어놀고 달고나를 먹었던 기억이나,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불량식품 간식과 추억의 놀이들이 생각나 마음이 몽글몽글 해집니다!


그 후 저희 가족이 해외로 이사 가게 되어 외국인 학교를 다니면서, 신나고 재미있는 "가위바위보"는 단순한 "원투쓰리"가 됐어요. 끝날 듯 말 듯 약 올리며 노래하는 가위바위보는 사실 영어로 번역하면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그 대신 영어로 할 수 있는 만큼의 또 다른 추억을 쌓아갈 수 있게 됐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언어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한 거였는데, 당시에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아~ 이게 아 하면 어 하고 어 하면 이하고! 척하면 척인데! 왜 이렇게 재미없게 놀지? ㅎㅎㅎㅎㅎ 한국인이 많았던 저희 학교는 <아이엠 그라운드> 나 <후라이팬 놀이> 같은 게임을 영어로 바꿔서 알려주기도 하고, 한국에서 유행하는 노래나 유행어를 전파(?)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한국어나 외국어가 섞인 완전히 새로운 농담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말실수로 인해 잘못된 단어 사용이나 틀린 문장을 재미로 계속 말하기도 했죠.


이렇게 언어란 참 신비한 것 같아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시대와, 사회와, 지역과, 문화와,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까요. 말 한마디로 그 옛날 옛적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단어 하나로 현시대적 상황을 표현하기도 해요.




없는 게 없는 무한도전, 벼농사까지...!




말이란 게 우리가 의식하는 것보다 영향력이 강해요. 우리가 어렸을 때 자주 들었던 말들이 우리의 무의식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우리의 사고방식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한국에 살았을 때는 몰랐었는데, 해외생활이 길어지면서 일상 속 곳곳에서 그 차이점을 발견하고 있어요. 그리고 새로운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재밌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ㅎㅎ


예를 들어서, 저는 어릴 때 밥을 먹는 게 부담이었어요. 집에서는 밥 한~ 그릇 가득 채워진 할당량을 꼭 다 먹어야 했고, 학교에서는 급식 잔반 남기지 말라고 선생님이 검사하고 그랬거든요. 옛날에는 음식 알러지는 흔하지 않았고 편식은 절대 안 되는 그런 시절이 있었더랬죠 ㅠㅠ


밥 한 톨도 남기지 말고 싹싹 긁어먹어라!
농부 아저씨들이 피땀 흘려 지은 쌀이야!


이 말을 듣고 먹기 싫어도 억지로 먹고 자란 아이는 어른이 돼서도 음식을 소중히 하고 남기지 않는 좋은(?) 건지 어쩐 건지 모를 식습관이 생겼습니다 ㅎㅎ 그 말을 정말 듣기 싫어했던 제가 남편을 만나 남편에게 똑같은 말을 하고 있지 뭐예요!!! 대.충.격.


하지만 천조국의 남편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 말이었죠. 한국보다 몇 배나 큰 규모로 농사를 짓고, 헬기로 농약을 뿌리고, 모든 작업을 기계로 하는 나라에서 나고 자란 남편에게는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보다, 자신의 건강과 기호에 맞는 식사가 더 중요하니까요.




물 부족 국가니까 물 아껴 써라
체력이 국력
동기 사랑, 나라 사랑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사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이런 문구들이 사회에 너무나도 만연하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칼퇴근
자체 휴강
월요병
월급루팡




요즘 새롭게 등장한 신조어들도 젊은 층의 세태를 잘 반영하기도 하죠. 위계질서와 의무가 여전히 중요한 한국사회에서 나오는 신조어와,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무엇보다 더 중요한 사회에서 사용되는 신조어는 또 다르겠죠.




따라다라단 ~ 따라라라 ~
메에에에에에에~~~~
와우와우와우 오ㅏㅇ~~~




언어뿐만이 아닌 비언어적 표현이나 몸짓과 분위기 등에도 차이가 많을 거예요. 잘 받아들여지는 농담이나 웃음 포인트, 당연하게 흘러가는 사고의 방향이나 시선, 매력으로 다가오는 누군가의 성격과 행동, 칭찬도 욕도 사람마다 말하거나 받아들이는 방식이 전부 다르겠죠. 특히 저희 남편은 응답하라에 나오는 염소소리를 되게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고요 ㅎㅎ 재밌기만 한데 말이죠.




어린 시절 뛰어다니고 노래 부르며 놀았던 그 추억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금 이 순간이 기억날 단어를 생각해 봤어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12월의 첫째 주 금요일, 이 글을 읽는 순간! 지금의 기분은 어떠신 가요? 오늘을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으신가요? 이번 달은 어떻게 마무리하고, 올 한 해는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면 어떤 언어로 표현하시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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