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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Nov 30. 2022

미국 시댁도 시 짜는 시 짜일까?

관계를 넘어서 사람을 볼 수 있게




안녕하세요!


제가 속해있는 팀라이트라는 작가 모임에서 매달 하나의 주제로 함께 글을 쓰고 있습니다. 11월의 주제는 '언어' 였어요.


공교롭게도(?) 이번 달 저는 시댁 식구들과의 만남이 아주 많았습니다. 저에게는 (아무도 그렇게 만들지 않았지만 저 혼자) 굉장히 어색하고 어려운 자리였기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아무 말 없이 조용조용 듣고만 있었어요. 그리고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글감을 찾아 시댁을 어슬렁거리고 있었죠 ㅎㅎ




시 짜는 시짜다
헬게이트 열린다
시금치도 안 먹는다
싫으면 시집가~


아무래도 '시댁'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가 남다르잖아요.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말장난 노래에 까지 등장할 정도로 공통된 정서가 있어요 ㅎㅎ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


그리고, 그 언어적 의미가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서, 봄볕과 가을볕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봄볕이 나쁘고 가을볕이 좋다는 해석이 가능하죠. 이렇게 언어란 정말 신비합니다.




큰 딸은 살림 밑천이다
첫째는 책임감 있다
부잣집 맏며느리감이다
하늘이 낸 열녀


옛날에는 이런 말들도 있었어요, 믿기시나요? 저는 큰 딸이지만 제 밑천도 바닥인데 저를 밑천 삼으면 우리 집 망해요ㅜㅜ 첫째가 책임감 있다고요? 그 편견 깨드리겠습니다 ㅎㅎㅎ 맏며느리감이라는 말 저 진짜 많이 들었는데요 부잣집에 시집갔을까요~~? ㅋㅋㅋㅋㅋ




시어미 미우면 남편도 밉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


이렇게 우리말에는 관계를 나타내는 언어가 많아요. 특히 누군가를 지칭하는 단어 자체가 그 관계를 정의해버리기도 하죠. 나이로 나뉘는 관계는 동갑이어야 친구라고 부르고, 언니/오빠나 동생으로, 학교나 회사에서 만나는 관계는 직급과 선후배/동기로 나뉘고, 가족 역시 관계에 따라 아주 정확한 호칭이 있어요.


저 어렸을 때는 학교에서 삼강오륜을 외우라고 시켰었어요. 임금과 신하 사이, 아버지와 자식 사이, 부부 사이에 등등 모든 관계에서 지켜야 할 강령이 있고, 실제 현실에서도 선생님과 학생 사이,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 애인 사이, 여사친/남사친 사이 등등 지켜야 할 선이 굉장히 많죠! 그렇기에 한국인끼리 만나면 위계질서 및 상명하복, 호칭을 위한 서열 정리를 필수로 하게 됩니다.





게다가 우리말에는 존댓말과 반말이라는 문장 변형까지 있어서 그 관계를 더더욱 견고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상대에게 어떤 말을 쓰느냐에 따라 그 관계에서 무한루프처럼 벗어날 수가 없게 됩니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월드컵 때 "축구장에선 누구나 동등" 하다며 수평적 소통을 위한 반말을 지시하고 이름을 부르라고 시켰다고 합니다.


1997년 대한항공 비행기가 괌에서 추락한 사건의 원인을 한국어의 존댓말과 완곡어법으로 보고, 해결책으로 차라리 '영어'를 사용하라고 교육했다고 합니다.




저희 시댁은 정해진 호칭보다는 서로를 이름으로 부릅니다. 나이 차이나 촌수, 관계에 상관없이 사람 대 사람으로 서로를 대해요.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저는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했어요 그리고 사실 저는 지금도 아무도 이름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아예 안 불러요 ㅠㅠ ㅋㅋㅋ


'삼촌'이나 '고모', '이모'가 갖는 느낌, '외할머니' '친할머니'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 '장모님'과 '시어머님'이 주는 인상 등등. 어쩌면 모두 편견이고 고정관념일 수도 있겠죠. '엄마'이기 때문에, '아빠'이기 때문에, '동생'이기 때문에, 어쩌면 그 사람을 그대로 보는 시야를 가려버릴 수도 있어요.


부모님에게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찬란했을 젊은 날이 있었을 것이고, 동생과 사촌들에게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열정적인 순간이 있었을 것이고, 직장 상사와 동료들에게도 낭만이 넘치는 사랑과 우정의 대서사시가 있었겠죠!




조용조용했던 저와는 달리, 시동생의 친구는 이번에 시댁에 와서 분위기를 굉장히 밝게 해 주었어요. 수동적으로 의견을 듣기만 하는 저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가만히 웃고 있었던 저와는 달리 농담을 하기도 하고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께 여러 이야기를 해드렸어요. 게대가 시어머니께 춤까지 가르쳐 주면서 함께 웃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물론... 저는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가 어디까지 가까워질 수 있을지, 우리의 관계가 어디에 갇혀 있을지, 한계를 정해버리기보다, 누군가를 관계를 넘어서 한 사람으로 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갖게 됐는지, 나와의 관계가 아닌 그 사람을 보고 받아들이고 싶어 졌어요.







https://brunch.co.kr/@kim0064789/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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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얼마나 부정적이었었냐면요...

https://www.brunch.co.kr/@kim006478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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