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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Dec 06. 2022

아니, 내가 P 인데 네가 J 라고?!

알쏭달쏭 수수께끼 남편

왼손잡이가 왜 고집이 쎈 줄 아느냐? 고집이 약한 왼손잡이는 모두 교정당했기 때문이다




브런치에서의 저는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지만, 현실의 저는 거의 무색무취의 사람입니다. 어쩔 땐 병풍처럼, 어쩔 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어쩔 땐 가만히 있는 가마니처럼... 장점이라면 누구와 함께하던 어울릴 수 있고 맞춰줄 수 있다는 거, 그게 장점이라면 장점인 것 같아요. 하지만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제 성격을 자연스럽게 바꾼다는 건, 저에게는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의미겠죠.


그래서 저는 MBTI 성격유형 검사를 해도 51% 52% 53% 이런 식으로 유형이 나와요. 성격도 반반. 반면에 남편은 거의 70% 80% 씩 뚜렷한 특징을 가집니다.


그런데, MBTI 에 약간의 불신이... 저희 남편이 J 라고 합니다! 네가? J 라고라고라?! 이직 준비만 몇 년째 하는 네가? 여행 갈 때 비행기표도 호텔도 아무것도 결제 안 하는 네가? 약속 시간을 정해놓으면 매번 10분 20분씩 늦는 네가???? 뭐 하나 한다고 하면 2년이고 3년이고 걸리는 네가??????




https://brunch.co.kr/@kim0064789/265




그러다 MBTI 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니, J 와 P 가 단순히 계획을 세우고 안 세우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생활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는 지를 보여준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내가 무언가를 실천에 옮길 때,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유형과, 유연하게 대처하고 상황에 적응하는 성향의 차이라는 설명입니다.



판단형(J)은

- 계획적이거나 질서 있는 방식

- 일을 해결하고 정리하는 것을 선호

-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결정을 내려 삶을 통제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판단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는지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제 남편이 판단형(J) 이라면, 주체성을 굉장히 중시하기 때문에 자신의 자유와 선택이 최우선으로 합니다.

남들이 뭐라 평가하든 자신이 원해서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추구하죠.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면 자신에게 납득 될 만큼 좋은 이유를 찾아야지만 행동으로 옮깁니다.

목적의식이 분명해서 무언가를 결정해야만 한다면 자신이 최선이라고 스스로 인정할 만한 좋은 계획을 세우죠.




사실 저는 판단형이라면 남이나 외부의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오해했어요. 그런데 이런 오해가 많았는지 스스로 자신을 위해 판단을 내리는 것과, 남을 판단하는 것은 다르다고 명확하게 설명이 되어있습니다.


"Do not confuse Judging with judgmental, in its negative sense about people and events. They are not related."




https://www.myersbriggs.org/my-mbti-personality-type/mbti-basics/judging-or-perceiving.htm




인식형(P) 의 특징 중 저와 맞는 부분은 유연하다는 것 같아요. 외부 상황이나 관계에 따라 융통성 있게 스스로의 성격을 맞추고, 환경이 바뀌어도 금방 적응할 수 있고, 새로운 경험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쩌면 일관성을 잃고 상대에 맞춰서 휘둘릴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인식형도 마찬가지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을 선호한다는 의미일 뿐, 그 정보의 정확도나 속도와는 관계가 없다고 해요 ㅎㅎ


"Remember, in type language perceiving means "preferring to take in information." It does not mean being "perceptive" in the sense of having quick and accurate perceptions about people and events."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제가 남편에게서 찾은 최고의 장점은 사실은 남편의 단점에서 나오는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어요!


저는 남편이 소극적 수용력 (불확실한 상황을 견딜 수 있는 능력) 이 뛰어나서 정말 대단하고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사실 남편은 남에게 관심을 주기보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개인주의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에요.


어쩌면 저의 최고의 약점도 사실은 장점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중심을 못 잡고 이리저리 흔들렸던 건, 외부의 상황이나 타인의 의견에 따라 제 자신을 바꾸기 때문인 거죠. 내적으로의 집중이 아닌 외적으로 중심을 잡으니, 나에게 용납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나의 사고방식까지 넓혀야 했던 거였어요. 가장 힘든 시간을 겪은 후에야 돌아보면 저 스스로도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위안 삼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제 세상과 스스로를 무너뜨려야 했어요.




https://brunch.co.kr/@kim0064789/481




이런 성향의 차이가, 우리 남편에게 뭔가를 시킬 수 없는 이유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부모님이나 선생님, 회사나 사회에서 무언가를 요구하면 딱히 의문 없이 수용했던 것 같아요. 공부해라, 대학가라, 취직해라, 결혼해라...

사회 전반에서 옳다고 여겨지는 문제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내 집 마련, 자산 관리, 노후 준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그런 문제가 있으니 이렇게 대비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니까요.


남편에게는 뭔가를 시키면 항상 왜 그래야 하는지 의문을 품고,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거부하거든요. 사실은 그게 맞는 건데 말이죠. 이런 성격이라, 자신에게 납득이 되면 엄청 잘합니다. 그렇게 깜빡깜빡하는 사람이 잊어버릴 법도 한데, 꾸준히 한결같은 모습을 보일 때가 있어요. 가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유치원부터 외국인 학교를 다닌 제 남동생도 저희 남편과 비슷한 면이 간혹 가다 보여요. 옛날에 저희가 한국에 잠시 방문해서 할머니께서 음식을 해주셨는데 맛없다고 안 먹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주는 대로 먹으라고 했더니 맛없는 건 맛없는 거라고 안 먹더라고요.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음식은 차려주는 사람 마음이라고, 고마운 마음으로 맛있게 먹으라고 가르치잖아요. 아니면 농담을 해도 상대가 재밌어야 농담이라거나, 사과를 해도 받는 사람이 받아줘야지 사과를 한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이번에 시댁에서 남편의 어린 시절 사진앨범을 함께 봤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남편은 특이했나 봐요 ㅎㅎ 할로윈 때도 유명한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악역이더라도 약간은 복잡하고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는 그런 캐릭터를 좋아했다고 해요. 인간성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고, 그들이 처한 상황과 배경을 되짚어가며 어쩌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 고민의 여지를 주는 그런 캐릭터에 더 매력을 느꼈대요.


그래서 얼슬라 랜슬롯을 ㅠㅠ... 그냥 좀 평범할 수는 없는 거뉘...?




나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위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수행하는 것, 사실 그게 맞는 일이기도 하죠. 어쩌면 안정만을 추구하고 도전하지 않는다면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계속 모를 수도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게 됩니다.







https://brunch.co.kr/@kim0064789/137

https://brunch.co.kr/@kim0064789/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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