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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Dec 06. 2022

축구를 통해 배우는 한국 문화와 우리가 나아갈 길

나는 어떤 환경에 노출되기를 바라는가?

요즘 월드컵이 인기예요. 우리나라가 16강까지 진출했고! 브라질 상대로 득점을 해내기까지! ㅎㅎ 2002년 생들이 왜 어른들이 월드컵 얘기를 하는지 이해된다고 할 정도로 국민 대통합을 이루어 내기까지 했습니다!!


월드컵을 보다가 정말 흥미로운 해설을 발견했어요. 구자철 선수가 한국이 슈팅이 적은 이유를 날카롭게 분석해주셨는데요, 그 이유가 문화 차이의 영향이라고 합니다.



한국 축구는 상황 상 골을 넣을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선수에게 양보하는 문화가 지배적이라면, 유럽 축구는 슈팅할 수 있을 때 무조건 시도하는 것이 중요한 문화라고 해요. 한국은 배려하는 문화, 유럽은 개인적인 책임에 대한 문화라 그 차이가 축구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중원 장악, 세컨드 볼, 후방 빌드업 등 모두 잘 이뤄지지만 정작 슈팅까지 이어지는 장면이 적다고 해요.



반면에 10살 때부터 스페인 유스클럽에서 활동했던 이강인 선수는 과감한 슈팅과 크로스를 올리며 플레이했다는 언급을 하며, 개인만의 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닌 과감한 공격을 허용하는 훈련을 받고 경기를 뛰는 그 환경이 다르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관계주의 문화가 절대적인 한국에서는 어디에나 관계에 따라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동들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사실상 두 사람이 만나면, 계급이 있고 수직적 조직이 있고 상명하복의 체계가 생겨요. 그래서 스포츠에서도 그 문화가 만연한 것 같아요. 배려를 강요당하고 개인보다 단체를 우선시하게 되는 그런 분위기가 형성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2002년 한국 축구가 월드컵 4강에 진출했던 영광의 순간, 그 뒤에는 히딩크 감독님은 경기장 위에서는 누구나 동등하다며 선수들에게 이름 호명과 반말 사용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일화가 유명하죠.




https://blog.naver.com/0064789/222716204908







그 배경에는,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한 선수가 과감한 플레이를 해서 골에 성공하지 못해 그 선수를 비난하고 승패의 책임을 묻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슈팅하기 망설여질 것 같거든요.


구자철 선수는 만약 감동이 돼서 경기 분석을 할 때, 한 장면을 뽑아서 그 장면만 이야기하는 감독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그 상황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문제가 뭐였는지를 풀어서 해결해야 하는데 한 장면만 보고는 불가능하죠. 경기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를 대비해야 하는데, 그 순간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던 선수들의 판단력을 믿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사실 저는 한국에서 살 때에는 우리 사회가 이렇게 책임론이 팽배한 지 인식하지 못했어요. 권선징악 인과응보 등 전래동화에서부터 주입식으로 교육받은 결과일까요? ㅎㅎ


이 책임론은 사회 전반 어디서든 보여요. 양육의 의무는 어느 나라나 당연하지만 우리나라는 부양의 의무까지. 이혼도 유책주의라 유책배우자를 따지고 유책의 정도를 판단해야 하죠. 차사고가 나도 과실비율을 따져서 책임을 져야 해요. 회사에서도 정치에서도 손해가 나거나 사업이 실패하면 누구 하나는 책임지고 옷을 벗어야 하죠.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사고의 방식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상황을 보고 미래지향적으로 큰 그림을 보기. 이게 참 말로는 이해가 되는데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실천이 어렵습니다.




https://brunch.co.kr/@kim0064789/406

https://brunch.co.kr/@kim0064789/7







시댁에서 저희 집으로 오는 공항 속에서, 벽에 그려진 아주 귀여운 그림을 봤어요.


이곳은 시끄러울 수 있는 공간
검색대를 지나면 조용한 곳이 있다는 안내


아이들의 소음 피해 노키즈존을 선호하고, 시집살이가 두려워 비혼을 선택하기도 해요. 아이는 잘못이 없지만 아이를 통제 못하는 부모의 잘못을 따지고, 내가 직접 전통과 가풍을 바꾸지 못해 억지로 참여하면서 강요하는 사람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우기도 해요...


하지만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이룰 수 있게 해주는 환경이 아닐까요?


내가 과감한 공격을 할 수 있게 슈팅을 허용하고 장려하는 환경

아이가 마음껏 말할 수 있게 어른의 돌봄과 관용이 공존하는 환경

가족 구성원 모두 행복할 수 있게 민주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도입하는 환경


조금은 비효율적이더라도,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어쩔 땐 답답해 죽겠더라도, 사실은 우리 모두 서로를 위하는 의도만 기억한다면 분명 가능한 일입니다!




https://brunch.co.kr/@kim0064789/490 







옛날 인터뷰에서 구자철 선수는 월드컵은 즐기는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축제는 즐겨야지 축제에 스트레스받으면 안 된다고, 선수들은 분명 최선을 다할 것이고, 우리는 선수들을 끊임없이 지지해줘야 한다고 하시면서요.


저는 축알못이지만 정말 말씀도 예쁘게 하시고 맞는 말씀만 하시고, 이 인터뷰를 보면서 정말 존경하게 됐어요. ㅜㅜ


그리고 나는 어떤 환경을 원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가 됐습니다. 내가 원하는 환경이 있다면, 그 환경을 먼저 나에게,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엇을 추구하고 싶은지, 어떤 가치관을 실천해 나가고 싶은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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