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시민을 위해 열일하는 미국 공무원 에피소드
우리 사무실 신입직원이 6주 휴가를 갔다... 헉 나 꼰대인가?ㅠㅠ 마음을 다스리려 쓰는 직장 이야기.
“선생님, 지금 비자가 만료돼서 현재 불법체류 상태예요... 담당관님께서 신고 의무가 있어서 이민국에 연락을 하셨대요. 본국으로 돌아가시게 될 거예요. 담당관님과 상담 예약 잡아드렸어요. 0월 0일, 저희 사무실에 다시 방문하여 주세요.”
한참 옛날 일이지만, 내가 전달해야 했던 안내 사항 중에 가장 어려웠고 그래서 기억에 남는 내용이다. 본국으로 돌아가면 절대 안 된다던 고객님. 무슨 사연으로 머나먼 타국 땅까지 오셔서 홀로 견디시나.
가끔 일하다 보면 사는 게 뭔가 싶을 때가 있다.
우리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 바로 쓰레기 통에 구토를 하시던 고객님 ㅠㅠ 종이를 건네주실 때 눈에 띄게 덜덜 떨리던 손과 새하얗게 질려버린 얼굴이 기억난다. 나도 귀신 본 것처럼 깜짝 놀라서 굳었음.
너무 괴로워하시며 나에게 911을 불러달라고 하셔서 얼른 전화를 하고, 경찰관님들도 출동해 주시고, 구급차를 기다리는데... 우리 건물을 슝 지나치는 구급차! 얼른 다시 전화했더니 더 큰 사고가 나서 그쪽으로 우선 배치되었고, 저 멀리 어디에서 지금 구급차가 오고 있다고 ㅠㅠ 그렇게 고객님은 구급차에 실려가셨다.
쓰레기 통에 정확하게 조준해 주신 고객님의 조절력에 정말 감사합니다. 건물 바닥이 카페트라... 큰일 날 뻔했어요 ㅠㅠ 그리고 재빨리 복사본을 남겨둔 나 칭찬해. 잘했어. 덕분에 신원 파악 됐어ㅠㅠ
우리 사무실에 방문해서 면담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정해진 기간 이내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 서면 경고장을 발송한다. 하지만 이 분은 진짜 아파서 연락을 못한 걸 텐데 ㅠㅠ 아픈 거 내가 봤단 말이쥐... 경고장까지 보내야 하는지 조금 마음이 쓰였다. 전화를 계속해도 안 받으셔서 혹시 병원에 입원했나 무슨 일이 있나 온갖 상상의 나래를 ㅠㅠ
근데 그다음 날 나도 구토랑 설사가 나서 병가를 냈다. Hoxy...?
그리고 그다음 날 출근했더니 내가 안내드린 다른 고객님께서 쓰러져 계심 ㅠㅠ 두 번 연속으로 내가 구급차를 불렀다. 요즘 날씨가 차서 (나름 겨울) 그런가... 너무 더운 나라라 다들 보온에 신경 쓰지 않아서 그런가 ㅠㅠ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ㅠ
“내가 낸 세금이 니 월급 주는 거잖아~!!!”
“그것도 못 해줘? 그럼 네가 여기서 하는 일이 뭐야?”
“내가 왜 너한테 돈을 줘야 돼!!!”
이런 말을 들으면 와 진짜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하는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이민오기 전 한국의 한 대학교에서 일했었는데 그때 들은 말들이랑 너무 똑같아서 데자뷔인 줄.
“제가 낸 등록금으로 월급 받으시는 거잖아요~!!!”
“그것도 못 해주세요? 대체 줄 아는 게 뭐예요?”
“대학 나오신 거 맞아요? 어디 대학 나오셨는데요?”
이 학생들이 커서 우리 사무실 오는 어른이 된 건가. 어디서 배워오는 것도 아니고. 참, 인간의 본성이란 그런 걸까? 지킬 건 지키고 삽시다.
<외노자의 미국 공무원 출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kim20064789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https://m.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Contents.ink?barcode=480D211040150#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https://class101.net/plus/ko/products/DCNO3sPxKUBstRcB0ui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