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Jan 31. 2023

해외 알바가 보는 한국 행사 특

뜻밖의 적성 발견?

1. 의전


한국 행사에서는 의전이 정말 정말 중요하다는 걸 두 눈으로 목격했어요. 한국에서 오시는 팀은 자체적(?)으로도 의전을 하시고, 행사에서도 의전을 받을 것이라 당연히 예상하시는 것 같은 느낌 ㅎㅎ 저는 한국인이었지만 알바라 ^^; 아무것도 모르는데 암튼 어색 어색 + 동공지진의 순간들이 있었답니다.


한국 팀을 보면 두 세명 정도의 소규모 단체에서도 정확한 직급이 나뉘어 아랫사람이 본인의 업무에 더해서 출장의 모든 순간, 심지어 업무 외 사적인 부분까지도 윗사람을 보좌하는 게 당연한 것 같아 보였어요. VIP와 대동하는 팀에서는 온갖 세세한 부분까지 미리미리 준비하며 엄청난 팀워크를 발휘, 일사천리로 입장 및 퇴장을 하시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어떤 행사에서는 초청된 주요 인사분들께 레이를 걸어드리기도 했는데, 명단에 없는 어떤 분들의 수행원(?) 분께서 엄청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시며 레이를 어디서 받냐고, 이 분들께서 레이를 못 받으셨다며, 레이를 왜 안주냐고, 붸~리붸리 임포턴트 하신 분들인데 왜 준비를 안 했냐고 ㅠㅠ 두 개만 더 달라고 ㅠㅠ 한참을 따지시다가 결국 레이를 받아가셨어요.


그리고 저랑 처지가 비슷한 제 옆에서 일하시던 외국인 알바분께서 아니 레이 못 받았다고 그 난리를 치냐고 저에게 하소연을 ㅠㅠㅋㅋㅋㅋㅋ 저도 동의하고 모든 한국인이 다 그렇지는 않다는 말씀을 드렸죠 ㅠㅠ 노룩패스가 괜히 생기는 게 아니더라고요.




2. 현수막


이건 제가 어느 행사에 알바를 하러 먼저 도착해 있었는데, 같은 공간에서 다른 한국 행사가 있었나 봐요 ㅎㅎ 그 행사는 복도에 양쪽으로 현수막을 크게 걸어놓고 있었고, 저는 그 앞에 의자가 있어서 잠시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죠. 그리고 알바 담당자님께서 오셔서 저에게 간단히 설명을 해주시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직원분께서 오셔서! 저희에게 현수막 걸지 말라고, 현수막 거는 건 계약서에 없었으니 계약 위반이라고, 현수막을 싹 다 걷어가라는 거예요 ㅋㅋㅋㅋㅋ 어제도 그래서 다 철거했는데 왜 또 달았냐고! 앗 그거시... 저도 한국인이지만 이건 저희 게 아닌데 ㅠㅠ 저쪽 담당자랑 말씀해 보시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휙 가셨어요 ㅠㅠ 


그런데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 직접 출장 오는 행사는 매번 현수막을 가지고 오시더라고요 ㅋㅋㅋ 한국에 놀러 갔을 때 봤던 행사들도 대부분 전용 현수막이 있었고, 횟수나 연도도 전부 새로 말이죠! ㅎㅎ 저 현수막의 행방은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지만, 혹쉬 어제도 애먼 다른 사람한테 얘기한 거 아닌지 ㅠㅠ 한국 팀은 또 갑자기 현수막 철거해 버리니까 오해할 수도 있고 ㅠㅠ 




3. 8282


한국인은 역시 빨리빨리, 그리고 한국인이 일을 제일 잘해요. 확실히 외국인이 기획하는 행사와, 한국인이 기획하고 장소만 해외에서 하는 행사에 큰 차이가 보여요. 계획부터 진행 방식, 전문성, 복장, 분위기까지 천차만별! 한국 행사에 가면, 정말 오랜만에 세미정장이나 힐을 신게 되고, 그 현장의 분위기 자체에 긴장감이 확 돌면서 뭔가 미생 체험하는 기분이 나요 ㅋㅋㅋ


한국 행사는 확실히 전문적이고 격식을 차린 행사라면, 외국 행사는 조금 느슨하고 즐기는 분위기랄까요. 저번에는 행사의 유일한 담당자가 행사 시작 전부터 술 마시고 즐기시느라 진행은 산으로 가고 사람들 중간에 다 나가고 ㅋㅋㅋ 행사 끝날 때쯤 한국 최신가요를 틀어주셨는데 또 나가서 춤도 추시고 ㅋㅋㅋㅋㅋㅋ 우리도 일만 하지 말고 인생을 그렇게 즐길 줄 알아야 하는데 ㅋㅋㅋ  


저는 대부분 행사 당일 통역이나 보조로 참가하는데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영어실력도 굉장히 뛰어나고 해외 경험도 많아서 요 며칠 다녀온 알바는 정말 몇 마디도 안 하고 가만히 있다 온 거 있죠 ㅋㅋㅋ 존재의 무쓸모 ㅠㅠ 하지만 덕분에 저도 여러 가지로 많이 배우고 와서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제가 요즘 알바 다녀오면서 느낀 건데요, 저는 이런 행사를 좋아하나 봐요. 이벤트나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느껴지는 긴장감! 일이 착착 진행되고 끝까지 잘 마무리되면 오는 그 희열! 뿌듯함! 카타르시스!


제가 큰 굴곡 없이 변동사항 없이 안정된 직장을 원한다고 생각해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사실 저는 인생에서 빵빵 터지는 이벤트와 롤러코스터 같은 드라마를 좋아하는 걸까요? 잔잔한 호수 같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제 인생에서 그런 안정감에 감사하려면 먼저 소용돌이를 겪어야 하는 걸까요? 인간관계에서 소용돌이는 힘드니까 ㅠㅠ 일로라도 뭔가 성취감을 느낄만한 것이, 뭔가 열쩡을 쏟을 무언가가 필요할까요?


관광 가이드, 웨딩 플래너, 이벤트 회사, 방송국 막내 작가? 하루종일 땀 흘려 일하면서 현장에서 뛰는 그런 일을 하고 싶은 건지 뭔지... 서른다섯 먹고 갑자기 적성 찾기가 하고 싶어 졌어요 ㅎㅎ







https://brunch.co.kr/@kim0064789/380

https://brunch.co.kr/brunchbook/kim20064789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https://m.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Contents.ink?barcode=480D211040150#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https://class101.net/plus/ko/products/DCNO3sPxKUBstRcB0ui9


매거진의 이전글 2000년대 생이 온다! 법원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