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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16. 2021

리스닝 - 나에게 가장 도움되는 의도로 청취

내가 남편과는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느꼈던 순간은 사실 우리 둘 다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 많은데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그는 귓등으로도 안 들었으며, 내가 무슨 말만 꺼내면 자꾸 자신의 이야기로 주제를 전환해서 내 이야기는 안듣고 자기의 말만 해댔다.


내가 원하는 것이 소리를 지르는 것이라면 소리를 지르면 된다. 소리를 질러야만 분이 풀린다면야. 하지만 그 후에 소리소리 질러댔던 악마같은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도, 그런 나의 모습에 상대가 상처받는 것도, 부부사이가 악화되거나 집안 분위기가 냉랭해지는 결과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네가 화나게 했으니 내가 화를 냈다 그러므로 너의 잘못이다 라고 남 탓을 할 수도 있지만, 소리를 지른 것은 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좋은 마음을 의도했지만, 결과적으로 반대의 효과를 가져와서 당황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의 선의를 내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클 것이다. 자기가 의도한 내용을 알고나서 내가 화를 덜 내기를 바랄 수도 있고, 자신이 의도한 바는 나를 위한 것이었으니 내가 그만큼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고 안심시켜 주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자꾸 그에게 의견을 묵살당하고 감정을 인정받지 못하니 그가 하는 말도 나에게 잘 안들렸다. 너는 나한테 이렇게 했으면서 감히 나한테 이런걸 바래? 이런 졸렬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니 내 말도 못하고 그의 말도 못 들어주는 상황이 계속된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그러니 내가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말을 내가 듣고 있다고 알리는 것이다.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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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러이렇게 말했어. 

너의 이야기를 잘 들었어. 

너는 그랬구나. 

너가 원하는 것은 이러이러한 것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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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싸움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었다. 싸움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서로 너무나도 상처 받아서 각자 자신을 보호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나를 외부의 위협에서 보호하고 그가 나에게 더이상 상처주지 않을 거라는 안심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도 자신은 나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며 자신이 의도적으로 상처주려고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남편이 해주는 말과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 달라서, 서로에게 자신이 원하는 말을 상대가 해주기만을 바라며 잘못된 문장으로 싸우고 있었다. 나는 미안하다는 말이 듣고 싶어서 상대의 잘못된 행동을 공격하고 있었고, 그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에 상처받은 내가 잘못되었다며 공격하고 있었다.


이런 악순환의 상황에서 내가 깨달은 점은 우리 둘 다 궁극적으로 바라는 결과는 같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사이 좋고 평화로운 상태를 바라고 있었다. 서로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보호해주는 관계, 함께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관계, 둘 다 사랑을 넘치게 주고 받는 관계를 원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남편의 말을 문장 그대로 듣지 않고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남편도 사람이라 상처받는다. 그러니 나에게 상처받고 공격받는 순간에는 당장 예쁜 말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남편이 하는 말을 꿀 발라서 들어야 한다.


그리고 남편이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했을 때, 남편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갈 때, 그 때 남편에게 내가 듣고 싶었던 위로를 문장으로 알려주면서 이렇게 말 해달라고 부탁한다면 남편도 큰 거부반응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왜 나만 이런 노력을 해야하지? 잘못은 남편이 했는데! 라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악순환에서 빠져 나오려면 둘 중 하나는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그걸 남편이 해줄 수 있을까, 내가 하는 게 빠를까? 그것도 역시 나의 선택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 평화로운 상태를 더 원하는 사람이 노력한다.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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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처받았던 남편의 말

-> 내가 듣고 싶었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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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해해 둘 생각

-> 그 사람은 그거 밖에 신경쓸 여유가 없겠구나. 그럴수도 있지. 그래서 지금 그런 말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고 있구나. 

-> 그 사람은 지금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모르고 있구나. 그래서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말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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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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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부러 너한테 상처주려고 그랬던 것은 아니야

-> 너가 상처를 받았구나

-> 너가 상처 받았다니 유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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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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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좋은 의도로 한 일이라니까

-> 네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아파

-> 그렇게 받아들여 질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내가 몰랐어 

-> 이제는 알았으니 앞으로 더 신경쓰고 조심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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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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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지.

-> 너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서 정말 유감이야.

->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아.

->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야.

-> 네 잘못이 아니야.

-> 너가 지금 얼마나 힘들지 상상도 못하겠어.

-> 너가 스트레스 받을까봐 걱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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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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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너무 예민해. 그런 사소한 일에 상처 받을 필요 없어.

-> 너가 얼마나 그것을 중요하고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알아.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 너가 그렇게 느끼는 것은 당연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야.

-> 너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무시당했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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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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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항상 네 생각밖에 안하지

->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어떨것 같아?

-> 우리가 놓친 것이 있을까?

->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 조금은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보는 것은 어떨까?

-> 방법을 찾을 수 있어. 내가 어떻게 도와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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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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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미 이런 저런 노력을 하고 있는데 너는 왜 몰라줘?

-> 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을까?

-> 너가 기분이 좀 나아질 수 있게 내가 어떻게 도와줬으면 좋겠어?

->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 내가 이런 저런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게 도움이 되고 있다면 계속하고 아니라면 그만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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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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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나한테만 그래?

-> 너가 원하는 게 그것이었구나. 

-> 내가 그렇게 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못했네. 

-> 다음에 그렇게 하도록 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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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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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 힘들어? 나도 힘들어!

-> 당신이 많이 힘들었구나. 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

-> 내가 어떤 말을 하던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자.

-> 나에게 무슨 일인지 말해주고 싶을 때 준비가 되었을 때 언제든 연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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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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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지금 너무 감정적이야. 이성적으로 생각해.

-> 그게 정말 내 세상의 전체를 압도하는 큰일이라고 여겨지면 다른 일들에 신경쓸 겨를이 없겠다. 

-> 너에게 어떤 일이 있었었길래 이런 표현 방식을 갖게 됐을까?

-> 너에게는 그런 일들이 상처였구나. 

-> 나에게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 너의 마음을 알겠어 이해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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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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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직시해 

-> 긍정긍정이라고만은 말하기 어렵지.

-> 부정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거야.

-> 상황이 이렇게 부정부정일 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가 참 힘들지.

-> 어쩌면 너가 인정하고 싶은 것보다 현실은 더 부정부정 할 수도 있어.

-> 지금은 긍정긍정한 일이 생기면 정말 최고일 거야.

-> 너가 허용한다면 긍정긍정이 너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을거야.

-> 지금보다 더 나빠지진 않을꺼야. 더 나아질 일만 남았어.

-> 너는 충분히 긍정긍정할 자격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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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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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좀 해 언제까지 그럴꺼야

-> 너를 생각하고 위하는 사람들이 많아.

-> 너는 정말 중요한 사람이야.

-> 우리 모두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 우리 모두 네 곁에 있어.

-> 너가 원하는 결과가 꼭 이루어지길 바래.

-> 너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어.

-> 너가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어.

-> 너가 행복하기를 바래.

-> 너는 잘할거라 믿어.

-> 우리는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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