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Just Like That...
‘그 말은 하지 말걸 그랬어...’ 오늘도 살짝 후회합니다. 친구가 개인적인 어떤 문제로 불평했을 때, 적극적으로 그 불만인 상황을 해소해주려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제안했던 여러 가지 방법들이 사실은 상대에게는 듣고 싶지 않을 수도, 또는 들을 필요조차 없는 그런 말들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친구니까, 가족이니까, 먼저 해봤으니까... 상대가 잘 되길 바라는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말들. 잔소리와 조언 사이에서, 관심과 오지랖 사이에서, 우리는 이 말들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요?
팀라이트에서 매주 발행되는 글 쓰는 마음 레터에 고민을 담았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정말 많은 말들을 듣고, 또 많은 말들을 합니다. 의도는 ‘사랑’뿐인데, 오직 나만의 진심을 전하는 말,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http://maily.so/teamwritelight/posts/34ec4ec1?mid=9071abd8
친구를 위하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저에게, 친구는 어떤 말을 듣고 싶었을까요? 저의 오지랖이 모두 의도가 ‘사랑’이었다면 사랑하는 그 진심만을 표현하는 게 훨씬 나았을까요?
“친구야,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 줘.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지금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이해가 돼.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헤쳐나갈 거라 믿어! 너의 결정을 존중할게.”
이렇게 말했다면 더 나았을까요?
정말 정말 재밌게 봤던 미드 <섹스 앤 더 시티>! 자극적인 제목이지만 사실은 각자 개성 넘치는 4명의 뉴요커들이 서로에게 정말 좋은 친구들이 되어주는 내용이다. 남자들은 바뀌어도 우정은 영원한! 20대에 만난 친구들과 50대가 되어도 친하게 지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가장 부러웠던 부분은 바로 매주 일요일 브런치를 먹는 그들만의 전통이다. 한 명이 타주로 이사를 가더라도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고, 서로의 독립적인 공간을 존중하면서도 친구가 일상에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그런 만남.
그리고 그 브런치에서 나누는 대화가 아주 그냥 흥미진진하다. 이 드라마의 진정한 매력은 다양한 관점에 대한 탐구이다. 각각 다른 배경, 직업, 성격, 가치관을 가진 4명의 친구들이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나이 들어가고 성장해 가는 그런 대서사시를 보여준다.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친구, 보수적으로 사랑을 추구하는 친구, 독립적이고 시니컬한 친구, 사랑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친구... 그리고 주인공은 마지막에 칼럼을 쓰며 그 모든 관점을 짚어주고, 포괄적이거나 초월적인 그런 결론으로 한 화가 마무리된다.
사만다와 샬롯은 정반대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의견 충돌하는 장면이 많았지만, 한 에피소드에서는 샬롯이 자신보다 더 보수적인 친구들 사이에서는 내면의 욕망을 존중하는 것도 건강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고, 사만다는 자신보다 더 개방적인 친구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선을 지켜야 한다는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바로 서로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터놓으면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게 되었고, 이전에 싸운 부분에 대해 사과를 하며 화해한다.
원작 마지막 시즌에서 캐리가 남자친구와 함께하기 위해 뉴욕에서 파리로 이사하기로 결정했을 때, 미란다는 캐리에게 자신의 도시, 직업, 친구들을 버리고 이사 가는 것이 진정 자신을 위한 것인지 되물으며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알린다. 캐리는 미란다가 옳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다.
캐리와 사만다 역시 아무리 친한 사이어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이가 어색해졌던 시기도 있었다. 서로에 대해 판단하고 평가하며 갈등이 쌓이는데, 결국 캐리는 누군가를 판단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닫고, 사만다는 자신의 불안감을 캐리에게 투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캐리의 평가 자체에 상처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가 두려웠던 것이다.
캐리가 에이든과 사귀는 중에 미스터빅과 불륜을 저질렀을 때도, 당시 결혼을 준비하고 있던 샬롯이 유부녀의 입장에서 남편의 외도가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알려줘도 캐리는 아내에게 걸리기 전까지 불륜을 멈출 수 없었고, 캐리가 무분별한 소비로 인해 아파트에서 쫓겨날 뻔했을 때에도, 친구와는 금전적인 거래를 하지 않겠다던 샬롯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빌려줘서 집을 지킬 수 있었다.
옛날 미드를 보면 친구가 제대로 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Intervention 을 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한국어로 개입, 관여, 간섭이라고도 해석되는데, 정말 가까운 사이에서 해줄 수 있는 어느 정도 애정 어린 관심? 진심으로 상대를 위하는 정겨운 참견? 정도일까 ㅎㅎ 요즘에는 이런 장면보다는 아예 언급조차 안 한 채 지나간다.
미란다는 후속작에서 캐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는데, 상대에게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인다. 미란다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과 LA로 이사 가기로 결정했을 때는 바로 지지해 준다. 미란다가 자신의 삶, 직업, 친구, 심지어 아들까지 떠나는 결정을 내리는 데도, 친구들은 그 어떤 판단이나 걱정을 내비치지 않는다.
2000년대의 현실과 2020년대의 현실도 강산이 두 번 바뀔 만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친구의 선택에 내 의견을 덧붙이고 "옳은 결정"을 하도록 도와주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그 어떤 일이든...
사실 그 "옳은 결정"이 누구에게 옳은 걸까? 결정을 내리는 당사자만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일 텐데, 이제는 의견을 내면 안 되는 걸까? 나의 결정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받고 싶기도 한데...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다고 내가 결정을 바꿀까? 어차피 내 맘대로 할 거면 차라리 아무것도 안 듣는 게 나으려나? 그래도 우려되는 부분을 들으면 그에 대한 마음의 준비나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어서 좋지 않을까?
다양한 관점의 존재를 인정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내면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그런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다. 친구를 소중히 여기고 진심으로 위하기에 나에게 해주는 말들을 잘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나를 판단하고 평가하더라도 급발진하지 않고 찬찬히 그 내용을 이해하며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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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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