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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Apr 07. 2023

남편과 내가 동시에 아플 때

꽃길만 걷게 해 줄게? 꽃을 보며 걷자!

https://youtu.be/c_upHEw0-3c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요즘 내 마음을 딱 맞게 표현한 노래가사. 내 마음에 비바람이 한차례 몰아치고 가면,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온다. 비바람이 칠 때는 보이지 않던 남편의 모습, 남편의 장점과 남편의 노력들이 나에게 다가온다.


내 마음이 잔잔해져야만 볼 수 있는 한결같은 남편. 남편은 그렇게 그 자리에 있다. 크게 변하지도 바뀌지도 않은 채로. 더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은 채로. 언제나 똑같이 그렇게 자기만의 자리를 지킨다.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자기 자신을 최고로 대해주는 걸 참 잘하는 우리 남편.

자신의 의사를 존중하고,

자신의 건강을 챙기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중요한 사람.


취업 준비 중이라도, 시험공부도 해야 하고 이력서도 내고 할 일이 아무리 많아도,

자신의 건강이 최우선이라 감기에 걸리면 푹 쉴 줄 아는 사람.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굉장히 너그러운 사람.


그런 남편에게 오늘 상태 나아 보이는데 이제 다시 공부라도 시작해야 되지 않겠냐고 물어봐도,

아직 다 낫지 않았다며 속 편하게 낮잠을 잘 수 있는 사람.

스스로를 최고로 대해줄 줄 아는 사람.


그러니까 이 비바람은 전부 내 마음에 있다. 남편이 일으킨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느낀 것이다.

장기취준생인 남편의 취업 준비 기간을 문제 삼는 것도,

남편이 아프다고 할 때 걱정되는 마음보다 공부를 못할까 봐 불안해지는 것도,

나도 하루종일 일하고 왔는데 집에서 편히 쉬는 남편에게 화가 나는 것도,

전부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었다.







꽃길만 걸으라는 표현이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세상 어느 길이라도 꽃길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꽃도 있고, 흙도 있고, 돌도 있고, 가끔가다 벌레도 있고, 쓰레기도 있고, 노숙자도 있고, 어딘가엔 벽도 있고, 막다른 길도 있겠지.


어느 길을 걷던 꽃을 보며 걸으면 그것이 꽃길이었다.


나는 남편과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남편이 아름다운 꽃을 보며 걸을 때 나는 쓰레기와 벌레만 보며 걸었다. 나에게는 꽃을 볼 여유조차 없었나 보다.


아파서 제대로 앉지도 못하면서 마감이 있다고 꾸역꾸역 컴퓨터를 켜고 일을 했다.

이번 달에 휴가를 많이 썼고 다음 달에도 휴가 낼 일이 있다고 약을 먹어가며 출근을 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내가 일을 미룰 수가 없었던 것인데...

아프다고 집에서 쉬는 남편에게 원망의 불똥이 튀었나.


나는 왜 아픈데도 계속 일을 해야만 했을까?

나는 왜 여전히 나 자신을 1순위로 두지 못할까?







정말 정말 개인친화적(?)이고 친절한 이곳.

어린 나이에서부터 자신의 의사를 인정받고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받는 이곳.


여기서는 시험을 봐도 합격시켜 주기 위한 시험이지,

우리나라처럼 급을 나누고 등수를 내는 시험이 아니다.


하와이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고, 걱정 없이 살아서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실상은 여기 사람들은 걱정할 일이 태산이라도, 걱정하지 않는다. 걱정하지 않기로 선택한다.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노력하겠지만, 걱정하더라도 바뀌지 않는 부분은 걱정하지 않는다.

그다지 경쟁하지도 비교하지도 않는다. 평화롭게 살아간다. 잔잔한 바다처럼.


나는 이곳에서 누구와 경쟁하고 있는 걸까?

나는 왜 나 자신을 내버려 두지 못할까?

나는 왜 꽃을 보지 않을까?

나를 위해 멈춰 줄 버스를 왜 그렇게 쫓아갈까?


결국은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인데,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선택을 미루는 걸까?

내가 나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어서 갈팡질팡 하는 걸까?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성에 차지 않을까 봐 지레 포기하는 걸까?







나는 회사 다녀와서 힘들다고 쓰러지듯 누웠는데

하루종일 쉬었으면서 자기도 아프다고 엄살 부릴 때...


일하고 밥하고 청소하고 매일을 종종거려도

집안일은 끝이 없고 빨래가 쌓여가고 화장실에 곰팡이가 번져가도

남의 집 일인 거 마냥 신경도 안쓸 때...


얼마나 마음이 넓어야 그런 남편을 다독여줄 수 있을까?




아니다, 질문이 잘못됐다.


내가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휴식시간을 충분히 냈어야 했고,

내가 회복할 수 있도록 바로 병원을 예약하고 갔었어야 했고,

나 스스로를 돌볼 수 있어야 했다.


내가 먼저 나 자신을 돌보았다면,

남편이 아프다고 했을 때 먼저 걱정하는 마음이 들었을 것이고,

남편이 쉴 때에도 푹 쉬라고 말해줄 수 있었을 것이고,

남편이 이기적이라고 자기밖에 모른다고 남 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남편은 스스로를 잘 돌봐서 나에게도 여유롭게 대할 수 있었던 것일까?

아프다고 나에게 짜증 내지도 않고,

나에게 바라는 것도 없고,

자신의 상태를 잘 알아채고 그에 맞게 컨디션을 조절하는,

오히려 그게 더 효율적인 걸까?

그게 더 책임감 있는 행동일까?




내가 아프다고 힘들어할 때마다 남편은 묻는다.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며칠을 그냥 괜찮다고만 했었는데, 어느 날엔 남편에게 화장실 청소를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남편은 자기 몸 상태 봐서 하겠다고 대답했고, 다음 날 바로 해줬다.

내가 빨래를 해야 한다고 했을 때에도, 남편이 같이 가자고 나서서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속으로 꽁해 있었던 내가 참 우스웠다. 그냥 말하면 될 것을.




매주 금요일 팀라이트에서 발행하는 레터에도 원하는 것을 이뤄내는 대화법이 소개되었습니다 : )

https://maily.so/teamwritelight/posts/c66a82b1?mid=9071abd8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https://m.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Contents.ink?barcode=480D211040150#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https://class101.net/ko/products/DCNO3sPxKUBstRcB0ui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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