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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02. 2023

검머외와 바나나 사이, 그들이 사는 세상

내가 나를 보는 관점, 제3문화아이가 사는 세상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실험에서, 서양의 대학생들은 친구의 사진을 찍을 때 인물 중심으로 얼굴이 크게 나오도록 찍었고, 동양의 대학생들은 넓은 구도로 배경과 사람이 함께 나오도록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관광지에서는 동양인에게 사진을 부탁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는 사진에 진심입니다. 여행지에서 배경이 바뀔 때마다 사진을 찍고, 배경과 인물이 조화롭게 여러 구도와 각도, 자세와 표정을 바꿔가며 사진을 찍어요. 달라진 배경과 결합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즐기는 것이라 해요.


미국인들은 중심사물에 집중할 때 배경은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배경 정보를 함께 담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사찰이나 유원지 같은 곳에 놀러 가서 사진을 찍으면 자신뿐만 아니라 뒤에 보여질 건축물을 같이 나오게 찍어달라고 부탁하거든요. 

타카 마스다 l 앨버타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전통적인 인물화들에서도 이 같은 특징이 보입니다. 동양의 인물화들을 보면 일반적으로 구도를 넓게 잡아 신체 전체를 보여주며 자세나 몸짓, 의복, 바닥을 포함한 배경 등도 묘사한 작품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서양의 인물화는 대부분 구도가 좁거나 얼굴 위주의 반신상이 많다고 해요. 







세상


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차이가 있어요. 


배경에 어우러진 인물 위주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행위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내가 그곳에 존재했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의 표현이라고 해요. 그래서 우리는 어딜 가든 인증샷을 꼭 남기죠.


사진을 찍을 때 인물에 포커스를 두고 얼굴이 크게 나올수록 좋다고 여긴다는 것은, 어디에 있든 나를 중심으로 두고 세상을 본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활짝 웃는 표정, 누군가를 바라보는 눈빛, 당시의 모습과 내가 느꼈던 감정을 남기는 거죠. 배경은 배경대로 따로 사진을 찍어서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들을 기억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만들 거예요.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며 자율성과 주체성이 강하겠죠. 개인의 성취욕구를 위한 향상적 동기, 내재적 동기가 크게 작용하여 자기 효능감이 높을 것입니다.


배경에 속한 나를 중점으로 본다면 타인의 인정이 중요한 외재적 동기에 반응하게 되고,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한 예방적 동기, 배경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수동적인 특징이 보일 수 있어요.




아이


들이 모인 또래 집단에서는 주변의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아요.


똑같은 문화에서 나고 자라 똑같은 교과과정을 공부하고 똑같이 사회에 순응하고 살아도 각자의 생각과 감정이 다를 터인데, 서로 다른 배경과 국가에서 처음 보는 문화에 모였으니 한 명 한 명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를 것입니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공유하는 정서가 결여된 경우, 어떻게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 낼 수 있을까요?


그런 또래집단에서는 주도권을 갖고 있는, 영향력이 가장 큰, 몇 명의 행동을 모방하게 됩니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언어와 문장, 말투까지 따라 하게 되는 것이죠. 공동체 안에서 가장 호감을 받는 사람을 모방하며 소속감을 느끼게 됩니다. 심지어 그게 본국의 문화와 상충되더라도, 그 안에서는 그 가치관을 원래부터 당연한 것처럼 따라가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경우 현지 문화에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자신의 존재 자체가 문화 충격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더욱 큰 충격을 받기도 합니다.







제3문화아이


는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과 내가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 달라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검머외’와 ‘바나나’라는 속어를 들어보셨나요? 검머외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뜻으로 외모는 한국인인데 정서는 외국인인 사람을 지칭합니다. 바나나 역시 겉은 노란색, 즉 동양인인데 속은 하얀색, 즉 백인이 주류인 문화의 정서를 가진 사람을 말해요.







저는 


주변의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라, 타인이 제게 내리는 평가에 좌지우지된 적도 많았었어요. 주변 사람이나 환경에 따라 스스로를 맞춰가다 보니 일관성이 없어져 인지 부조화처럼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 같았어요. 


긴 방황의 끝에 내린 결론은,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자기중심적 투사와 관계적 투사를 적절하게 활용해서,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거예요.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나밖에 모르는 이기주의가 아닌, 스스로 중심을 잡고 나의 관점과 판단을 스스로 믿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게 관계 역시 소중하기에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시각도 연습하고 싶습니다.


저는 한국에서도 오래 살았고 해외에서도 오래 살았기 때문에, 양 문화를 반반씩은 이해하는 것 같아요. 어느 한 곳에 완벽하게 속하지는 못하지만, 그 문화와 역사의 근원을 이해하고 그로 인해 파생된 여러 가지 차이들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와 다른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넓은 포용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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