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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03. 2023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려의 민족”

내가 주고 싶은 사랑 vs 상대가 받고 싶은 사랑








앞서 


사진을 찍는 구도에 따라 세상을 보는 관점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보는 시선은 자율성과 주체성을 중요시하여 향상적 동기, 내재적 동기가 필요하고, 

배경과 관계를 고려하는 시선은 인정욕구가 강해서 외재적 동기, 예방적 동기를 활용합니다.


이런 관점의 차이에 따라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는 방식도 극명히 달라집니다. 




만약 


집에 손님이 방문한다면, 어떻게 음료나 식사를 준비하시나요? 손님의 취향을 미리 파악해서 좋아할 만한 음식을 준비하시나요, 아니면 사전에 손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고 답변대로 준비하시나요?


<동과 서>에서 설명된 사례에서는, 미국에서는 친구가 방문하면 뭐 마실지 물어보며, 생수, 탄산수, 탄산음료, 커피, 차 등등 다양한 선택권을 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주인이 손님이 무엇을 좋아할지, 날씨나 상황을 미리 생각해서 준비한 걸 내놓는다고 합니다. 상대에 대한 관심과 둘 간의 연대감, 그리고 당시 상황에 대한 배려 등을 종합적으로 최선을 다해 대접하는 것이라고 해요. 




이렇듯 우리가 누군가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를 대접하는 방식이나 호의를 베푸는 접근법이, 서양의 경우 상대의 의사와 선택을 존중하는 반면, 동양의 경우 상대방의 입장을 중심으로 생각하여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 민족이 “배려의 민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양육방식의 문화차이에도 드러납니다. 


서양 문화에서는 자녀에게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고 해요. 스스로를 독립적인 존재라고 인식하고,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고 개성을 표현하도록 양육한다고 합니다.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예를 들어 아침으로 무엇을 먹을지 결정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해요.


동양에서는 엄마가 아이를 위해 선택을 해 준다고 합니다. 아침 식사를 할 때에도 영양소가 골고루 담긴 식단으로 부모가 준비해 주는 것이죠. 부모가 아이를 위해서 가장 좋은 선택을 해 줄 수 있다고 믿고, 그리고 아이들도 부모의 선택을 신뢰하고 따른다고 해요.




그건 제게 정말 이상한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모든 사람이 다 선택할 수 있는 걸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선택을 하면서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를 표현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서 자신이 독립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릴 수 있죠. 비록 당시 제 딸은 네 살밖에 안 됐었지만 저는 독립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딸아이가 엄마나 자기 친구들과는 다른 시리얼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을 표현하고 자기 개성을 드러내는 과정을 즐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왜냐고 묻다니 정말 이상했죠.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기에는 아주 많은 문화적 전제가 깔려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일상적인 선택의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어요.

헤이즐 마커스 | 스탠포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아이들에게 


간단한 문제를 풀게 하는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풀 문제를 스스로 선택한 경우와 엄마가 대신 선택해 준 경우에 차이를 알아보았는데요. 


서양 아이들은 서양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문제를 더 잘 풀었다고 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자녀도 스스로 선택하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양 아이들은 엄마가 선택해 준 문제를 더 잘 풀었다고 합니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대신 선택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자녀도 자신의 선택보다 부모의 선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나를 신경 쓰고 선택해 준다는 사실이 유럽계 미국인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외부에서 누군가가 강제로 시키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하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아시아계 미국인 아이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타인의 선택이 스스로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결과적으로도 더 좋은 학습효과를 보였습니다.

마크 래퍼 | 스탠포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을 표현할 때, 자기중심적 관점에서는 철저하게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합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자율성과 주체성을 최대한 존중해 주며, 당사자의 취향과 개성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당사자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해주는 것이 상대를 위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관계중심적 관점에서는 당사자가 아닌 나, 즉 당사자와 모종의 관계를 맺은 타인의 판단이 존중됩니다. 완벽하게 나의 의견도, 완벽하게 당사자의 의견도 아니라, 관계가 정의하게 되는 것이죠. 서로에게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관계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상대가 좋아할 만한 것 또는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내가 대신 판단하며, 상대 역시 타인인 내가 최선의 선택을 해 줄 것이라 신뢰하는 마음이 서로를 위하는 것이라 확인합니다.


상대를 위하는 마음만은 똑같지만, 관점의 차이로 인해 대접하거나 호의를 베푸는 방식에도 차이가 생깁니다. 




상석


의 의미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한국 회사생활에서는 관계 중심적인 관점으로 상급자가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부하 직원이 알잘딱깔센으로 모십니다. 특히 차를 탈 때 상석이 뒷자리 오른쪽 좌석으로, 높은 사람을 모신다는 의미가 있어요.


그런데 제가 경험한 미국 생활에서는 주도권을 잡고 이끌어 나가는 리더의 역할이 운전대를 잡습니다. 운전을 한다는 행위를 누군가의 수고로움을 대신한다는 의미보다 내가 운전대를 잡고 가고 싶은 방향, 속도, 경로 등을 결정하는 선택권의 의미가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내조


의 의미에도 차이가 큽니다. 저희 결혼 초반에, 관계 중심적인 관점에서 제가 남편에게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라고 해줬던 여러 가지 일들이 자기중심적인 남편의 관점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했어요. 남편의 옷을 골라준다거나, 음식을 만들어준다거나, 생활습관에 대해 잔소리를 한다거나... 저의 의도는 남편을 위한 것이었지만, 남편에게는 자신의 선택권을 박탈당한다고 느껴졌을 거예요. 


반대로 남편이 저를 위해 했던 행동들은 저에게 무관심을 넘어 방치처럼 느껴졌습니다. 각자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취지로 우리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없다고 느껴졌고, 각자의 인간관계를 존중한다는 의도로 부부사이는 뒷전이 돼버렸다고 느껴졌습니다. 저는 우리 관계를 위해 수많은 희생을 자처했는데, 남편이 저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식은 저를 무시하는 것이라 느껴질 정도였어요. 


지금은 서로 어느 정도 맞춰 가며,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도 인정할 수 있게 됐어요.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정도의 문화와 관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느 두 사람이 만나더라도 비슷한 갈등은 있을 거예요. 내가 주고 싶은 사랑과 상대가 받고 싶은 사랑이 충돌할 때... 각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그 차이를 서로 이해하고 정도를 조율해서, 자신들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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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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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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