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희생으로 얼마나 많은 가정이 유지됐고, 얼마나 많은 개인이 파괴됐을까
회사에서도, 개인적으로도, 나에게 온 여러 기회들을 내가 거절했다.
2021년 여름에는 이사 간다고 남편은 약속했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곧 이사 갈 테니까,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하다고 느껴졌다.
남편이 하반기에는 꼭 시험을 보기로 약속했다.
남편이 그때는 꼭 이사 가기로 약속했다.
그 약속은 다섯 번이나 더 미뤄져서 지금까지 왔다.
그렇게 3년이 흘렀고 남편은 아직도 수험생이다.
7년 동안 공부하고도 단 한 번도 시험을 보지 않은 전업 수험생.
그리고 남편은 여전히 이번 하반기에는 꼭 시험을 보겠다고 또 약속했다.
연말에는 이사 간다고 약속한 시점에서
10월인 지금 내가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을까?
올해가 두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남편은 시험을 볼 수 있는 걸까?
차라리 올해도 어렵다고 하면, 나는 내년까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찾아볼 텐데...
본인이 어떻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나도 최대한 기다려주겠지만
직접 시험 날짜를 정해서 시험을 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인데...
대체 왜 시험을 꼭 보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서,
나까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드는 걸까...
이게 가장 답답한 부분이다.
약속하지 않았다면 나도 기대하지 않았을 텐데...
매년 두 번씩 심장이 쿵하고 가라앉는다.
또 이곳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니...
최악의 상황으로 이번에도 이렇게 약속을 해놓고 연말에 시험을 안 보면...
나는 어떡하지? 내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약속을 3년간 어겨왔던 남편을 믿을 수 있을까?
사실 남편의 말이 믿기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헛된 희망을 갖는다.
나의 원죄.
내가 원하지 않는 지역에서
내가 원하지 않는 집에서
내가 원하지 않는 직장을 다니며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 처해
이 모든 일들이 괴롭다.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숨을 쉬기가 어렵고 내 목이 죄여온다...
남편이 책임감이나 실천 의지를 보여주기만 했어도
내가 이렇게 억척스럽게 안 살았을 텐데...
내가 악처가 된 기분이다.
모든 건 상대적인 건데...
나는 남편을 정말 믿고 싶은데
나는 남편을 정말 존경하고 싶은데...
남편을 이리도 믿지 못하는데, 우리 결혼생활이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나에게는 아직도 남편이 여사친과 수년간
나한테 거짓말하고 연락하고
나한테 비밀로 하고 만났던
그런 모든 상황이 트라우마이다
남편은 나에게 숨기는 일 없이 사실대로 말해주기로 했지만... 솔직히 믿지는 않는다.
그 뒤에도 남편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어도
이번에도 시험을 못 볼 거라고 통보하며
나와의 약속을 다섯 번이나 어겼었다.
솔직하게, 나는 이번에도 남편이 약속을 못? 안? 지킬 것 같다.
결국 나는 남편을 신뢰하고 싶지 않은 걸까? 신뢰할 수 없는 걸까?
남편이 우리 결혼 생활 내내 반복교육을 시키는데,
깨닫지 못한 내가 바보일까?
차라리 내가 퇴사를 할까?
그러면 남편이 금전적인 압박을 받아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하지 않을까?
차라리 우리 이혼을 할까?
그러면 최소한 내가 헛된 기대에서 가짜 결혼생활에서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시어머니도 안 해주는 학바라지를 내가 왜 하고 있나...
내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동안 한 집에, 심지어 스튜디오 아파트에, 살면서도 전혀 마주치지 않는 생활을 했었다.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혼자 조용히 출근하면
남편은 느지막이 일어나서 오후에 도서관에 가고
나는 저녁에 퇴근하면 빈 집에서 혼자 있다가
내가 잠들 때쯤 남편이 귀가하는 하루의 반복이었다.
코로나 덕분에 내가 바랐던, 나에게는 '정상적인' 생활이 결혼 5년이 넘어서 이루어졌다.
이제는 아침에 나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서
집에서 공부하고 내 퇴근시간에 맞춰 함께 저녁을 먹고
같이 잠자리에 든다.
아직 일주일 밖에 안 됐지만...
저녁이라도 같이 먹기를 소망했던 나는
이제 행복할까? 이제 만족하는가?
결혼 후 매일 혼자 잠들었던 나는
수면유도제를 먹어도
허전함에 밤에 두세 번씩은 깼는데
이제는 밤에 깨면 다시 잠들 수가 없다.
남편의 헤드폰 소리 때문에
남편의 뒤척임에
핸드폰을 치우려는 손길에...
지금은 불안이 너무 높은지 수면제를 먹어도 잠이 들지 못한다.
남편과 함께 있으면 모든 순간이 불안하다.
남편이 잠시라도 쉬고 있으면,
남편이 조금이라도 딴짓을 하면,
남편이 티비 보면서 밥을 느리게 먹으면,
남편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면...
12월까지 70일 남짓.
남편과 살면 계속 이렇게 불안에 떨어야 하는 걸까?
여기에 모든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뒤돌아서서 남편에게 긍정적인 말들을 쥐어짜 내서 해준다.
갈등 조장하고 서로 헐뜯는 사람들보다
서로를 위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지
하루에도 재밌었던 일들을 기록하고
불행할 때마다 계속 읽어봐야지
나의 취향과 선호도를 찾아서
우울한 날에 채워봐야지
남편의 장점과 예쁜 말들을 모아서
남편이 원망스러울 때마다 기억해야지...
남편도 불쌍하다.
어쩌다 나랑 결혼해서 못난이 취급을 받고 있는지
차라리 다른 사람과 결혼했으면
더 응원받고 더 사랑받지 않았을까?
그런 공부를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똑똑하다 대단하다 칭송받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우리는 서로에게 부정적인 영향만 주고 있는 걸까?
그러면... 우리 결혼을 유지하기 위하는 의미가 있을까?
Wrter Cyril Connolly said
Better to write for yourself and have no public than to write for the public and have no 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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