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 과거완료에서 현재진행형으로
그렇게 분노를 모두 뺀 나는
슬픔만 남았다.
잠들지 못하는 밤 한바탕 울면
남편이 가만히 안아준다.
기분전환을 하려고
이것저것 사들이고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마음 둘 곳이 없다
머리를 텅 비우고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싶다
3년 전에는 다른 집으로 이사 가자고 한 걸
2년 전에는 다른 사무실로 이직한다고 한 걸
1년 전에는 중고차를 사자고 한 걸
반대했던 남편이
이제야 미안했다고 한다
만약 그때 내가
이사를 강행했었더라면,
이직에 용기 냈었더라면,
운전을 끝까지 배웠었더라면...
우리는 달라졌을까?
나는 지금쯤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었을까?
대과거의 과거완료
가능성이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은 과거의 상황
남편이 아무리 사과해도
한동안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결국 주어는 ‘나’
내가 선택한 일이다.
코로나 걸리기 전 나는 여러 종교를 검색하고 있었다.
나의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어디론가 귀의하고 싶었다.
그만큼 나는 불안해했다.
어머님들이 수험생 자식을 위해
108배를 하고
새벽기도를 나가시는
그 간절한 마음
속에만 담아두기에는 가슴이 턱 턱 막히고
어디론가 표출되어야만 하는데 표현할 길이 없어서
매일 새벽같이 어디론가 나가 기도라도 해야만 하는 그 마음을
알 것도 같았다.
결국 코로나에 걸려
나는 바닥을 쳤지만...
계속 똑같은 얘기만 해대는 내가 질리겠지만,
매일 매 순간 똑같은 문제로 상처받으면서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상황에 갇힌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중심을 나에게로
다시, 시작
다른 누군가의 행복도
그 사람만의 치열한 노력과 고뇌의 결과였을 테니
쉽게 부러워하지 않기를
지금의 시기가
우리 남편의 인생을 정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업 수험생 남편
개인주의 남편
외국인 남편
남편과 여사친
내가 남편에게 붙인 수식어 역시
남편의 전부가 아니다.
사실 그 사람은
그냥 그 사람일 뿐이다.
내가 남편을 바라보는 시각도 계속 변할 것이다.
내가 그 사람을 맑게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지고 싶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나에게 사과해 주고 내가 요구한 부분을 고치려고 노력은 하는 남편
남편은 본인 기준에서 정말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꼼수 부리거나 잔꾀 쓰는 게 아니란 걸 나도 인정은 한다.
최근 며칠간 아침에 같이 일어나 출근하는 나에게 인사해 주고,
퇴근 후에 함께 저녁을 먹는다.
나 이 정도로 이렇게 쉽게 만족할 사람인데.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진작 이렇게 해주지...
결혼이란 게 사랑과 생활이 합쳐져서
끼니를 챙겨주면 또 고맙고
자는 모습 보고 있으면 또 짠하고
웃는 얼굴 보면 마음이 무겁다.
아무리 미워도 남편이 선호하는 식품이랑 생필품들 사다 나르고
이제는 외우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마트에서 노룩패스로 골라 담을 수 있게 됐다.
그렇게나 사랑했나? 싶다가도
우리가 서로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느껴진다.
살림, 사람을 살리는 일
내가 안 하면 남편이 해줄 것이고
남편이 못하면 내가 하게 될 일들
그래서 남편에게 사과했다
화를 안 냈었을 수도 있었는데,
화내서 미안했다고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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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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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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