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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Dec 02. 2023

외국인 남편의 한국인 여사친들 특징

남편의 New 여사친이 준 선물에 대한 와이프 입장문

하와이에 사는 홍이 씨.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직장인 체험 중인 요즘, 새벽같이 출근해서 퇴근하면 곯아떨어지는 일주일을 보내는데... 방금 있었던 따끈따끈한 일화 덕분에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마음만은 또렷한 경험을 했다고!


그리고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오늘의 주인공~ 남편이 여사친에게 받아온 선물 되시겠다 ^^;







우리 남편의 한국인 여사친들 특:

정성 가득 마음 담은 선물을 준다.


정 많은 한국인,

배려심 깊은 한국인,

눈치와 센스를 겸비한 한국인...


남자인 친구들은 남편에게 굳이 안 그러는 데,

(미혼) 여자인 친구들은 꼭,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똑같은 패턴으로 남편에게 선물을 준다.


“남자 선물은 무엇을 사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쉐이빙 세트로 준비했다”며...




0.1초 만에 스쳐 지나간 생각은

존재도 몰랐던 여사친??? 그녀에게 받아온 선물?????


남편의 옛날 여사친(=나에게 실전 인생을 가르쳐 주신 교수님)과 같은 분일까?

남편의 또 다른 여사친(=나에게 실전 인생을 복습해 주시는 선생님)과 같은 분일까?


진짜 교수님이랑 선생님은 친분의 정도와는 별개로, ‘친구’에 대한 사상만은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양대산맥인데... 이 분도 그런 분일까?


내가 남편의 여사친 문제, 넓게는 배우자의 인간관계에 대해서 정말 해탈하고 득도하고 초월했다고 생각했는데도, 갑자기 트라우마가 확...




유부남 친구에게 록시땅 면도 세트~~?

직장 이성 동료에게 록시땅 면도 세트~~~~?

이곳이 한국이고, 남편이 한국인이라도 그랬을까? 영어는 먼가 그 문화적 표현이 다르니까...


이성 친구 간의 문제로도 과거가 있다 보니 신경 쓰이고,

사실 그보다도 옛날처럼 호구 잡혀 원어민 첨삭 같은 도움을 기대할까 봐도 신경 쓰인다.


와이프는 외벌이에, 본인은 전업 수험생이면서... 속 좋게도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는 꼴이라니! 이게 웬 코미디인가.




우리 남편의 와이프 특:

한국인 여사친 트라우마가 있다.


그러니까 당황스러웠던 나의 초반 반응은 사실 과거의 트라우마에 기인한다.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 네 생각을 하며 고민해서 골랐어”

또는 “이 물건을 보자마자 네 생각이 나서 사봤어”


나의 인생 교수님이 옛날에 남편에게 실제로 했던 말이다.




그 교수님이 왜 나에게는 트라우마였을까?


와이프인 내가 선물하기 위해 준비하던 물건을 먼저 사주거나,

정말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모를 법한 자잘한 물건들을 곁에서 살뜰하게 챙겼기 때문이다.


견과류 알러지가 있는 남편에게 간식들을 챙겨주면서 견과류 어쩌고 하는 손 편지를 남긴다거나???

내가 남편에게 싸준 도시락을 둘이 먹고(?) 본인이 손수 만든 도시락으로 남편에게 보답(?)한다거나???

과일을 챙겨주며 비타민C 어쩌고 영양소 어쩌고 건강 어쩌고 하면서 서로를 챙겨준다거나???

도시락 가방을 보자마자 남편이 생각나서 한국에서부터 사 왔다거나???

남편이 좋아하는 펜 심까지 알아서 멀티펜을 보자마자 사준다거나???


그래, 교수님은... 세심하게 친구를 챙겨주는 사람.

하지만 가격을 떠나서 굳이 일상에서 남의 남편을 생각하는 게 나에게는 너무 선 넘는 일들이었다.

태생이 다정하고 긍정적인 사람.

하지만 유부남 친구를 그렇게까지 챙길 필요가 얼마나 있을까? 와이프는 단 한마디 언질도 없이...




사실 나는 그냥 오징어 지킴이일지도 모른다. 순수하게 보답하기 위해, 또는 이용하기 위해 선물 줄 수도 있으니까.


진짜 이런 생각 안 하고 싶지만, 차라리 다른 나라 친구들처럼 철저하게 일은 일로만 끝내고, 개인적인 보답 같은 건 생략했으면 좋겠다 제발. 돈도 필요 없고, 선물도 필요 없고, 신경 써주지 않아도 된다. 아무것도 주지 말고 받지 말았으면.


그래 도와주는 거야 남편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고 치자. 만약 그 New 여사친 분께서 남편의 도움을 받았더라도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 네 생각을 하며 고민해서 골랐어” 이 부분이 꼭 필요한 걸까?


어디 우리나라 도덕시간에 배워오나? 전생에 은혜 갚은 까치인가? ㅠㅠ




나는 왜 기분이 나빴을까?


그 진짜 이유를 시간이 한참 지나고 깨달았다. 사실은 기분 나쁠 일이 아니다. 남편이 누군가를 위해 선의로 도움을 주고, 그에 대한 보답을 받았을 뿐이다. 나와는 별개의 남편만의 영역에서 벌어진 일.


그런데 왜 그게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상처를 줄까? 나는 사실은 남편이 본인의 시험공부, 아니면 아내인 나에게 사용하기를 바라는 그 시간을 타인에게 써버렸기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그러면 나는 왜 남편이 나에게 시간을 쓰기를 바랐을까? 나에게 채워지지 않은 숨겨진 바람은 무엇이었을까? 우리의 관계성에서 비롯한 나의 보상심리가 있었을 것이다. 외노자에 외벌이에 너 편하게 시험공부하라고 내가 이렇게 희생하는데, 내가 아껴준 너의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써?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그러고 나서 되돌아보면, 남편은 매일 나를 위해 요리도 해주고 과일도 깎아주고 최근에는 친구들이 놀러 와서 함께 여행 다니며 운전도 다 해줬었다. 그러니까 나를 위해서도 이미 본인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는 사실.


나는 남편이 왕따처럼 혼자 지내길 바라지 않는다. 인생에 좋은 친구 여럿 있어야 재밌게 놀기도 하고 힘들 때 위로도 받고 할 수 있으니까. 여초인 남편의 환경에서 남사친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상당하긴 하다.




그런데도 왜 극복하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아마, 가치관이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는 상처받는 입장일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남편과 남편의 여사친 x ∞ 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나에게 사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나의 상처를 스스로 아물게 해야만 하고,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아도 또 상처받아가며, 그렇게 계속 상처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수님과 정말 비슷하신, 나에게 인생의 교훈을 그대로 복습해 주시는 선생님. 그 선생님 역시 정말 좋은 분이시지만, 나와는 입장이 완전 반대이셨다.


나는 내 남편이 여사친인 교수님과 나에게 거짓말하고 둘이서만 연락하고 둘이서만 만나는 것에 이골이 났었는데,


선생님은 이곳으로 오기 전 한국에서 남사친분과 둘이서만 만나셨다고... 심지어 거의 사실혼 같은 여자친구가 선생님과 남사친 단 둘이서 만나는 것은 불편하니 집으로 초대해서 셋이서 다 같이 만나자고까지 하셨다는데도 불구하고, 거짓말하고 몰래 남사친이랑 카페에서 둘이서만 만나셨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절대 친해질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선생님은 남사친 여사친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열변을 토하셨지만... 이 문제는 이성친구 가능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연인에 대한 기본 중의 기본인 신뢰의 문제라는 것을 모르시진 않았을 것이다. 연인에게 ‘거짓말’을 해가며 만나야만 하는 친구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니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만을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선물을 고르고 포장해서, 선물을 챙겨나가 상대에게 건네는 그 순간까지...


나 같으면 어차피 선물 자체를 안 주고받는 편이지만, 그래도 굳이 굳이 줘야 한다면 그냥 간단하게 기프트카드 같은 거 준비했을 것 같다. 아마존이나 스타벅스, 또는 와이프랑 외식하거나 쇼핑하라고.


내 주위 한국인 외국인 친구 지인 회사동료들은 다 그렇게 하던데 ㅠ 여기서 직장생활 5년 동안 해피밀 장난감 모으지 않는 이상 개인적인 부탁이나 선물하는 거 못 봤다...




하지만 나와는 다른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안다.


물론 우리 남편한테만 준 건 아니겠지? 그러니까 그 선물을 준비하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그냥 박스와 포장이 참 예뻤고 종이가방도 예뻤다~~ 이만큼만 생각하자~~


남편이 아주 잠시 불란서제 고오급 쉐이빙 크림과 애프터쉐이브와 샤워 젤을 쓸 수 있게 됐음에 기뻐하자~~ 어차피 초 미니 사이즈라 얼마 쓰지도 못한다~~


하지만 나중에 둘이 만나면 네가 준 쉐이빙 크림 참 좋더라 향기 난다 어쩐다 대화하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교수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네가 준 선물 쓸 때마다 생각난다고, “mushy-gushy” 한 이메일을 썼다며, 너 없었으면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다는 둥, 아침마다 음악 선물을 보내고, 그러다 ‘영원한 친구’까지 약속하며, 본인 따라 한국 오라고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들이야 내 알 바 아니야, 각자 소신대로 인생 사는 거니까.” 오늘 본 영화에서 정답을 얻었다.


나는 내가 옳다고 여기는 행동을 실천하면 된다.







번외로, 줘도 난리 그럼 어쩌라고 할까 봐 내가 바라는 것들 적기




와이프 입장에서

여사친에게 실제로 받았던 가장 싫은 선물 TOP 3


3위 단둘이 식사대접

2위 본인이 손수 만든 도시락

1위 직접 쓴 손 편지




와이프 입장에서

여사친에게 받아 본 적은 없지만 가장 괜찮은 선물 TOP 3


3위 식사대접인데 와이프랑 둘이 다녀와.

2위 본인이 손수 만든 도시락인데 와이프랑 같이 먹어~

1위 직접 쓴 손편지인데 와이프에게도 안부 전해줘!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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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여사친, 그리고 나

https://brunch.co.kr/brunchbook/kim10064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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