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폭풍 속에서 그 중심으로 들어가는 법
나에게는 인생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계신다. 내 남편의 ‘특별한 친구’이자, 내 남편을 ‘영원한 친구’라고 부르시는 선생님. 아니다, 그 사건 이후 나에게 이만큼의 깨달음을 주시고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으셨는데, 선생님보다 더 대단한 교수님이시다.
나는 교수님과 남편의 관계에 엄청난 집착을 했다.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카톡과 문자와 이메일과 전화기록에 편지까지 샅샅이 뒤졌다. 그 둘이 얼마나 “mushy gushy” (romantic, sentimental, tender among lovers) 한 이야기를 했는지, 서로를 얼마나 특별하게 생각하고, 같은 곳에서 함께 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말하며, 만나서 너~무 재밌었다는 말을 문자로까지 해야 했는지를 하루 종일 봐서 다 외울 정도였다.
나는 남편보다 교수님에게 더욱 집착했던 것 같다. 교수님께서 보낸 메시지며 메일이며, 교수님이 남편에게 보낸 여행 사진과, 교수님이 남편에게 싸준 도시락 사진까지... 교수님이 자주 썼던 표정 ^_____^ 과 이모티콘, 심지어 교수님의 오타 “moosh goosh” 까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오늘은 교수님이 남편에게 또 어떤 부탁을 할까? 오늘은 교수님이 남편에게 또 어떤 다정한 애정표현을 할까?
나와 남편의 결혼 서약식에 초대도 안 한 교수님이 나타났을 때부터, 교수님은 우리 결혼에 너무나도 큰 존재였다. 우리 집에는 나와 남편, 그리고 보이지 않는 교수님이 살고 있었다. 나와 남편은 매일매일을 교수님 때문에 전쟁같이 싸웠고, 교수님의 올가미는 내 목을 졸랐다. 나는 교수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절대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폭풍의 중심부는 고요하다고 한다. 감정의 폭풍 속에서 그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내가 들었던 결혼 수업에서 내연녀에게 관심을 주지 말라고 조언한다. 관심은 내연녀에게 산소를 주는 것과 같다고, 산소를 공급하면 공급할수록 나의 관심과 생각과 모든 에너지를 내연녀에게 소진하게 되며, 결국 내 결혼에서 그녀의 존재가 점점 더 커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그런데 문제는 그 둘의 관계를 확인하지 않으면 내가 불안해서 못 견디겠다는 것이다. 마치 중독되는 것처럼, 손을 덜덜 떨어가면서도 확인을 해야만 했다. 오늘 교수님과 연락을 안 했어도 내일 연락을 할 수도 있고, 오늘 교수님과 통화 기록이 없었어도 통화 기록을 지워버렸을 수도 있는 거였다. 그걸 알면서도 계속 확인을 하는 것이다. 얼마나 의미 없는지를 알면서도 말이다.
남편의 핸드폰을 검사하고 SNS로 그녀의 행방을 알아내어, 내가 얼마나 상처받을지 대비하거나 이혼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한다. 내가 교수님에게 집착하는 한, 그녀가 무슨 짓을 하던 나를 괴롭힐 것이다. 그녀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해도, 우리 가정을 파탄 내놓고 자기는 행복할 수 있는지 화가 날 것이다. 나를 좀먹는 건 교수님도 남편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남편에게 표현하지 말아야 할 감정은 이런 감정들이다. 교수님과 나와의 비교, 남편이 교수님을 대하는 태도와 나를 대하는 태도의 비교, 교수님에 대한 미움과 원망...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 나의 모습은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런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 감정은 표현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내가 남편과 이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남편과도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어야 했다. 남편과 함께 있는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감정적으로 안전하게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미 내 감정의 폭풍에 휩쓸린 적이 있는 남편에게, 내가 안정적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어떤 날은 노력이 지나쳐 모든 게 괜찮아질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어떤 날은 후회가 밀려와 다 포기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어떤 날은 증오심에 복수의 칼을 갈고 싶어졌다. 극단적으로 보이지만 그때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모두 사실이다. 만약 이 감정을 솔직하게 그대로 표현한다면 정서적으로 상당히 불안해 보일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 감정을 숨겨야만 한다면 진실되지 못할 것이다.
이럴 때 내가 표현해야 할 감정은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이다.
“나는 남편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싶어.”
내가 감정의 곡선을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나의 목표는 중앙선이라고 화살표로 알려주는 것처럼, 나의 목표치를 항상 상기시켜 줘야 한다. 이것은 남편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다 괜찮게 느껴져서 남편과 행복하게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감이 느껴져.”
“나는 지금은 후회가 밀려와 포기하고 싶은 감정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게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내가 받은 상처가 생각나 지금은 정말 힘들어. 이 힘든 시간도 지나갈 거라 믿고 우리가 행복하게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그리고 이렇게 표현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말하는 대로 한 번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는 있다. 나는 내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 나는 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나는 독립적인 존재이며, 나만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내 행복이 남편과 교수님의 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되게 놔둬서는 안 된다. 내 인생이 내가 원하는 선택이 아닌 제삼자에 의해 결정되게 놔둬서는 안 된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 이혼할 수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결혼생활에서 행복하기 위해 선택했다. 이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1. 대화
- 말하는 법
- 듣는 법
2. 감정
- 알아채는 법
- 표현하는 법
3. 현재
- 최선을 다하는 법
- 만족하는 법
4. 배우자
- 인정하는 법
- 존중하는 법
5. 행복
- 기대하는 법
- 허용하는 법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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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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