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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26. 2023

안녕, 나의 우울증...

이제 널 떠날 거야

떠나는 사람을 보내며

부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오면

며칠간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며칠을 멍하니 보내고

너무너무 우울한 날에는 

회사도 가지 못하고 

하루종일 집에서 울고만 있었다


불행하고

불행하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청소를 하다가도

주저앉아 울고


샤워를 하다가도

물을 틀어놓고

숨죽여 울고


쌓여있는 설거지를 하다가도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손을 움직인다




최선을 다하는 남편이 원망스럽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이루지 못하는 남편이

사실은 단지 무능력했던 건 아니었나

조금씩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틔인다


어두운 내 마음 안에서

남편도 밝기를 잃어간다


나는 남편 옆에 있으면 불행한 아내가 되고

남편은 내 곁에 있으면 무능력한 남편이 된다




그렇게 자책하며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며


나의 못난 마음도 함께 보내줘야지...


절망뿐인 이곳, 

나도 너무 떠나고 싶어




그리고 더 이상 휴가를 쓸 수 없어

억지로 회사에 나오면


그다음 날에도 회사에 나와야만 하는

빵 부스러기들을 조금씩 뿌려놓았다.


한인마트에서 산 점심 도시락 탕비실 냉장고에 넣어둔 거

내일까지 먹어야 하니까 내일은 나와야겠네


목요일은 내가 서류받으러 가야 하는 날인데

그날은 가야지 다른 직원에게 민폐 안되게


콜라 조금 남은 거도 냉장고에 넣어두고

초콜릿 남은 거도 넣어두고

커피 조금 남은 거도 넣어두고...




그래 정 안되면 한국으로 가야지

올해까지만 산다 셈 치자


자전거 돈 낸 거도 나눔 하고

낡디 낡았던 침대도 버리고

버스 패스도 자동 이체 끊어야지


헬스장도 얼른 가서 끝내고

필라테스는 등록한 거까지만 다니고

레이저 제모도 빨리빨리 받아야 하는데


한국 가는 날짜가 정해지면

부동산에도 말씀드리고

청소업체도 알아보고

관리실에도 큰 쓰레기 버리는 문의 해야 하고

인터넷도 해지 예약해야 하고

우편물도 동생 집으로 옮겨야지




이 곳에서는 하루도 지옥이야


남편이 취직도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숨막혀 죽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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