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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19. 2021

미국 시댁 며느라기 탈출(시도)기

사실 시댁과의 갈등은 외국인 시부모도 예외란 없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시짜는 시짜다. 그 자유분방하고 깨어있는 도시 뉴욕의 섹스 앤 더 시티에서도 샬롯의 시어머니가 있지 않은가. 열쇠로 문 따고 들어오거나, 집안 인테리어, 살림, 음식, 자녀계획, 이름 등등 사사건건 참견하거나, 시댁 행사에 며느리 부려먹고, 아침에 아들 부부 방에 노크도 없이 들어와서 못 볼 꼴 보는 시어머니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다. 샬롯이 한국에서처럼 밥해놨으면 재도 뿌렸을 것이다. 사랑에 국경이 없듯이 고부갈등도 국경이 없나 보다. 


말로 콕 집어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내가 겪은 한국의 시집살이와는 결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부모님은 웃어른 사위와 며느리는 아랫사람이라는 위계질서와 역할이 확실해서 대접받기를 원하신다면, 나의 시댁을 포함하여 나와 대화했던 친구들(누군가의 며느리들)이 느끼기에는 이곳의 시부모님은 평등한 친구로서 친해지길 원한다는 점이 다르다. 평등하면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국식인 나는 시부모님이라는 존재 자체가 부담되고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데 문제는 시부모님과 시누이는 나의 의지에 반하여 가족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과도하게 나의 영역으로 치고 들어온다. 


한 가지 내가 얻은 교훈은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선택은 내가 나를 배신한 선택이라는 점이다. 내가 그 희생을 함으로써 남편과 시부모님에게 나는 이 정도는 당연히 할 사람이라고 내가 내 스스로의 가치를 낮추며 그들에게 나를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권리를 내가 선물해 버렸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한계점이 어느 정도인지, 내가 상식으로 정상으로 생각하는 범위가 무엇인지, 그들은 아무것도 몰랐을 텐데 내가 스스로를 잘못 보여줬다. 그러므로 내 머리에 총 겨누고 강요하는 것이 아닌 이상 거절해도 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억지로 할 필요도 없다. 억지로 하고 나서 내 기분만 상할 거라면 애초에 그럴 일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내가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하고 싶은 일만 하면 된다. 


정신승리일 뿐이겠지만 모든 상황을 그들이 나를 개인으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존중한다는 것을 행동과 말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내가 준다고 생각해야 한다. 내 입장을 일관적으로 유지한다. 그들을 이해시킬 필요가 없다. 단순히 나는 어떻게 할 것이다라는 입장만 고수한다. 문장은 짧고 간결하게, 같은 내용을 반복한다. 절대 평정심을 유지하며 미소 띤 표정과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한다. 말리는 순간, 목소리가 높아지는 순간, 눈물이 차오르는 순간, 내가 나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은 것이다. 모든 상황에서 내 의견을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아무도 내 감정이나 의견을 나만큼 충분히 이해하고 대변해줄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이 글은 변하지 않을 시어른들께도 내 의견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내가 계속 읽고 또 읽어 외워두려고 쓰는 글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표현들을 정리해보았다.




예시 상황 : 영상통화 중 냉장고 문 열어 보여달라는, 내 기준에서 상당히 선을 넘은 과도한 요구의 경우



1. 팩트만 기억한다. 객관적인 사실 하늘이 두 쪽 나도 변치 않는 사실.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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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남편의 어머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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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어머님은 완전히 선을 넘는 언행을 하고 계신다.

(X) 어머님은 좋은/나쁜 시어머니이다. 

(X) 시어머니이기 때문에 어머님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어머님 말씀에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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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is the mother of my hus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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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She is totally out of the line

(X) She is a good/bad mother in law 

(X) I have to serve her to her satisfaction because she is my mother in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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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 감정을 배제하고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집중해서 내 의사를 분명히 전달한다.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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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안 하는 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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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어머님의 요구가 불합리하다고 느껴져요.

(X) 어머님의 언행이 제 권리를 침해한다고 느껴져요.

(X) 제가 하고 싶을 때 해드릴게요.

(X)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느껴져요.

(X) 어머님 말씀대로 하면 제 자존감이 떨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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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think that’s going to happen.

I'd rather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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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I’m offended by your demand 

(X) I find it very manipulative and intrusive 

(X) I'd like to do it when I can feel more comfortable about it 

(X) I wouldn't feel right about it 

(X) I wouldn't respect myself if I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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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편하다고 하면 그렇게 생각하지 마. 우린 가족이잖아, 내 문화에서 매우 무례한 요구라고 하면 우리 문화에서는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해, 내가 기분 나쁘다고 하면 그렇게 느끼지 마. 우린 너를 위해서 그런 거야라며 자신들이 원하는 상황 위주로만 생각하시기 때문에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다. 2번의 상황에서 며느리의 거절을 잘 받아들여 주시는 시부모님도 계시겠지만, 아닐 경우 왜 그래? 뭐가 문제야? 그렇게 느낄 필요 없어. 그냥 냉장고 문 한 번 열어봐! 우리에게 보여줘도 돼! 이런 식으로 여러 번 요구(=내 입장에선 한 번 거절한 사안을 강요)를 하는 경우



3. 주어를 나로 두고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상황을 설명한다.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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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정할게요.

할 수 있는 것을 할게요.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을 보여드릴게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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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저희 문화에서는 매우 무례하다고 여겨지는 요구 사항이에요.

(X) 제집이고 제 냉장고에요.

(X) 어머님께서 저에게 그런 요구를 하실 권리가 없어요.

(X) 제 사생활을 존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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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like to keep it private. 

I’ll do as much as I can.

I’ll do the best I 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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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It’s considered rude in my culture 

(X) It’s my house and it’s my fridge 

(X) You have no right to make me do such thing  

(x) I’d appreciate it if you can respect my priv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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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체크 1. 예를 들어 어머니께서 저를 존중해주시면 좋겠어요 같이 주어만 나로 두고 문장의 주체를 남에게 넘기는 것은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잘 안 통한다. 왜냐 그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상황(나의 사생활을 보호받는 것)보다 본인들이 원하는 상황(냉장고를 열어 보는 것)이 더 중요하고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중요 체크 2. 내가 원하는 것이란, 내가 피하고 싶은 상황(부정문)보다는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긍정문)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냉장고 열어서 보여달라고 하지 마세요 같은 문장으로 말하면 옷장은 열어봐도 되는지, 서랍장은 열어봐도 되는지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주어를 나로 놓고 주변 환경이나 주변 인물들에 상관없이 내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 나의 이상향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능동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전달하자.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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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이 아들 부부 인생에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았으면 

-> 우리 부부에 관련된 모든 사안들은 당사자 둘이서 의논하여 직접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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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이 과도한 요구를 하지 않았으면 

->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범위를 인지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부모님/시부모님께 효도 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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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방문 및 연락은 부담스러우니 강요하지 않았으면 

-> 내가 시간적 심적 여유가 있어 진심으로 시부모님을 마주 하고 싶을 때 그때 마음껏 찾아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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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후로는 내 입장을 고수하며 3번의 문장으로 일관한다.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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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못 해요. 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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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에 집중해야 돼서 그렇게 할 수 없어요. 저는 제 일에서 최상의 성과를 내고 싶어요.

오늘 다른 계획이 있어서 어려워요. 오늘 제 계획을 존중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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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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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do it and still perform my best at work, and I want to be good at my job.

I can’t do it and still do the things I planned for the day, and I’m going to respect my pl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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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못하냐고 캐물어도 굳이 이유를 구구절절이 설명할 필요 없이. 어차피 상대는 이해할 생각이 하나도 없다. I can't 또는 No, thank you. 딱 한 마디만으로 일관하기. 또는 꼭 이유를 설명하고 싶은 경우 이런저런 돌려 말하기 비유 완곡한 표현 등등 할 필요 없이 그 이유와 내가 원하는 상황을 돌직구로 얘기한다. 나의 감정, 나의 의견, 나의 계획이 중요하기에 동시에 시댁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을 정확하게 전달한다.



5. 대화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표현들


5.1.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스트레스받을 경우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상황으로 재조정한다. (동의/거절의 답변을 모두 배제한 채 결정은 내가 한다는 것을 강조)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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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정할게요. 감사해요.

저는 도움 없어도 괜찮아요. 그래도 마음만 받을게요.

어머님께서 저희에게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항상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어머님의 의견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어머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을 잘 들었어요.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저희 남편과 제가 함께 부부로서 결정하도록 할게요.

어머님께서 도와주시려고 하는 마음은 잘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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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got it, thanks!

I think I'm good without it. Thank you for offering, though.

I appreciate your concern. 

I respect that you’ve shared your view. 

I hear what you’re saying. 

That is an option, and (my husband) and I will make a decision as a couple. 

I’m fine and I really love the ges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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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지나친 관심과 사랑을 요구하는 경우 대상을 며느리가 아닌 아들에게로 재조정한다.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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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께서 아들을 정말 많이 사랑하는 것을 알아요. 

어머님께서 아들을 위해 좋은 마음으로 그러시는 것을 이해해요.

~씨도 어머님을 많이 사랑해요.

어머님께서 아들을 훌륭하게 잘 키우셨어요. 

아들이 굉장히 자랑스러우시겠어요. 

~씨가 어머님께 그 이야기를 꼭 듣고 싶어 할 거에요.

정말 잘된 일이네요. ~씨에게 자세히 말씀해주시면 저는 ~씨에게 꼭 전해 들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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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understand how much you love (your son). 

I understand you are coming from a good place for (your son).

(Your son) loves you a lot. 

You did a great job raising him. 

You must be very proud of him. 

I’m sure (your son) is more than willing to hear all about it from you.

That would be exciting. I can’t wait to hear more about it from (your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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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나에 대해 이야기(=평가)를 하고 싶어 하는 기미가 보일 경우 주제를 상대방에게로 재조정한다.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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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평소답지 않아 보여요. 무슨 일이 있으세요?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게 되었어요?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어떤 감정이실지 이해가 돼요.

많이 힘드시겠어요.

어머님께서 좋아하시니 다행이에요

어머님께 좋은 소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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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notice you’re not your usual self today, is something wrong? 

I’m just curious, what made you feel that way?

What else do you think could work? 

I see how you can feel that way. 

I can only imagine how frustrating this is for you. 

I’m glad you like that.

Good for you! I’m happy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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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대화에 갇혀서 나오고 싶을 때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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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합니다. 잠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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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us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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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큐즈 미는 영어 공부 시작할 때 제일 처음 배운 표현인데, 막상 그 상황에 갇혀있다고 느껴진다면 머릿속이 하얘져서 이 두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 게다가 시어른들 앞에서 대화를 끊고 자리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을 못 했으니 더더욱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을 때까지 외우고 연습해야 한다.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부록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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