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두쫀쿠 대신
아무리 봐도 찹쌀떡인데. 이름은 왜 쿠키고 카다이프는 또 뭘까. 인식에 체험이 금방 뒤따르지 못하는 타향살이의 비애는 오늘도 '그림의 떡' 리스트만 튼실하게 불려 나간다. 절대 우리 동네에는 들어오지 않을 두바이 쫀득 쿠키. 두바이 초콜릿조차 감감 무소식이니 말 다했다.
그러던 중 일본 SNS에서도 두쫀쿠 급 디저트 이슈가 생겼다. 크림치즈 없이 단 두 가지 재료로 치즈케이크 맛을 낼 수 있다는데 안 만들어 볼 이유가 없다. 두쫀쿠도 못 먹는데 이거라도. 비장하게 주방에 섰다.
요거트에 코코넛 비스킷을 꽂고 냉장고에서 만 하루를 꼬박 재운다는 레시피는 심플하기 그지없었다. 코코넛 비스킷은 유청 흡수재 겸 치즈케이크 바닥시트 역할이고, 질감이 꾸덕해진 요거트가 치즈 대신이다. 이거로 정말 될까? 전에도 전자렌지로 푸딩을 만든답시고 계란찜만 양산해 냈는데. 나의 의심을 눈치챘는지 비스킷은 흥, 나 안 해 하듯 자꾸 요거트 밖으로 튀어나왔다. 에이 몰라, 일단 들어가. 억지로 밀어넣고 냉장고 문을 닫는다.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레시피였는데. 요거트가 내 손을 떠나자마자 그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딸칵. 온도는 어떠신가요? 딸칵. 밤새 안녕히 주무셨나요? 딸칵. 비스킷 위치가 불편하진 않으신가요? 딸칵. 유청 잘 흡수되고 있나요? 딸칵. 혹시 저 부르셨나요?
유튜브 보고 있을 땐 정신없이 흘러가던 시곗바늘은 이럴 때만 꼭 융통성 없이 세월아 네월아다. 잠으로 시간을 스킵해 보려 하지만 불면증 때문에 쉽지가 않다. 기다림은 번거롭다. 24시간이라는 타임리밋을 받은 순간부터 초조하게 냉장고문을 여닫고, 시계를 쳐다보고, 다른 사람들이 만든 동영상을 돌려보고, 한입 가득 떠 넣고 행복해하는 저녁시간을 상상하고 고대하게 해. 이렇게 보낸 시간들 또한 이 치즈케이크를 완성시키기 위한 수고라고 한다면 이 레시피는 절대로 심플하지 않다. 내가 간절히 기다린다고 해서 줄어들어 주지 않는 시간 동안 복잡다단한 감정의 골짜기와 일분이 천년 같은 조바심을 넘어서야만 그 맛을 볼 수 있으니.
이윽고 뚜껑을 여는 시간. 기대가 컸던 탓일까 좀 아쉽다. 아주 조금만 손보면 될 것 같아 다음날 다시 재료를 샀다. 처음부터 그릭요거트 상태에서 시작했어야 했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 시작되었고 시간품이 더 드는 만큼 질감은 꽤 그럴싸해졌다. 이쯤 되니 조바심은 집착으로 이름표를 바꿔단다. 더 비슷한 맛을 내보려 소금을 섞고 꿀과 레몬즙을 뿌려본다. '최고의 한입'을 위해 이런저런 버전을 실험하며 24시간짜리 레시피는 몇 날 며칠을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내 요거트 치즈케이크는 제법 근사해졌고 나와 화장실과의 거리도 한층 더 가까워졌다. 한 군데 오도카니 앉아있을 줄 모르던 내 마음도 이 분주한 기다림은 썩 싫지 않은 모양인지, 기약 없는 두쫀쿠 대신 지근거리의 요거트 치즈케이크로 완전히 내려앉았다. 이제 두쫀쿠는 아무래도 좋다. 뭐, 달면 초코고 쓰면 씀바귀겠지, 쫀득하니 쫀득이고 쿠키니까 쿠키겠지, 하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