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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람 Aug 09. 2023

여름이 내는 퀴즈

뭐로 보이나요?


여름하늘은 예쁘다. 타들어가는 듯한 태양,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습기, 훅훅한 공기, 빠져나가는 기력은 차치하고, 그 파아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층을 이루어 동동동 떠가는 모습만큼은 넋 놓고 볼만큼 세상 청량하다. 이번 여름에는 운 좋게 무지개색이 입혀진 구름도 볼 수 있었는데, 행운을 준다는 무지개 구름이란다. 여름휴가철에 당첨자가 발표되는 '섬머점보'라는 복권은 올해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사지 않았다. 당첨되면 7억 엔인데 역시 그걸 샀었어야 하나 후회가 막심이다.  






대다수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면서, 가끔 하늘을 보는 습관이 들었다.

전술한 대로 여름 하늘이 예쁘기도 하고, 내동 노트북 화면만 쏘아보고 있자니 눈이 침침해서다. 내 기억으로는 엄마도 내 나이 조금 더 지난 즈음부터 노안이 와, 손을 몸에서 이마아아안큼이나 떨어뜨리고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바늘귀에 실을 꿰었다. 컴퓨터 아니면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는 스스로가 걱정되어, 일부러 일어서서 하늘을 보거나 그 김에 스트레칭인 척, 뉴진스 춤도 따라춰 보고 있다. 슈퍼샤이 슈퍼샤이.


그렇게 하늘을 보다 보면, 참 많은 구름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떤 구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어떤 구름은 조금씩 움직이면서 모양을 바꿔나가는데, 간혹 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동물이나 사물과 닮은 구름을 마주하게 된다.



얘는 그 옛날 체신부 비둘기 마크를 닮았고, 



얘는 공룡을 닮았다. 

게다가 구름 사이로 빛이 촤르르 내려와서 굉장히 은혜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던 중, 이 구름을 보았다.


보자마다 '뭐뭐'를 쏙 빼닮아 너무 신기하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보일까 싶어, 사진을 찍어 밖에 돈 벌러 나간 남편에게 보내보았더니 한 30분쯤 뒤, 답장이 왔다.


"귀여워!"

"뭐 같아?"

"왼쪽 보고 있는 강아지?"

 

남편 눈에는 이렇게 보인 모양이다.



듣고 보니 그렇게도 보일 법하다.


하지만 내 눈에는 이렇게 보였다.



강아지는 강아지지만, 품종과 포즈가 다른 강아지가 나왔다.

남편의 답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는 건 다른 모양인데 문자로는 채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림을 그려 보여주려다 잊고 있었는데, 오늘 이걸 보여주면 아~! 하려나?





같은 인풋에 다른 아웃풋. 

회사의 싫은 사람 욕할 때는 모두가 입을 모아 '이런 점이 싫어!'라고 해서, 사람 보는 눈 다 똑같구나 했는데 이런 거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일상 속에는 이렇게 우연하고 작은 '이야깃거리'가 잔뜩 숨어 있고, 그걸 나 나름대로 어떻게 느끼고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나의 단조로운 일상도 조금은 특별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오늘 여러분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그 구름도, 여름이 내는 퀴즈라 생각하며 한번 더 눈길을 주어보는 것은 어떠한가. 


오늘 그대는 어떤 구름을 보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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