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는 그대로였고,
변한 것은 내 마음이었다.
명상을 하다 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공간에 떠 있는 빛의 입자들, 낮에도 보이는 반짝이는 별, 그리고 공간을 넘어선 그 무언가까지… 이런 체험을 하다 보면, 우리가 사물을 본다는 것이 단지 눈이라는 감각기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때로는 다른 존재들이 느껴지기도 한다. 평소에는 전혀 감지할 수 없지만, 명상이 깊어질수록 다른 존재의 기운이 선명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나는 그동안 명상 중에 경험하는 현상들에 무심히 반응하며, '알아차림'이라는 본래 목적에만 집중해 왔다.
하지만 더 깊은 의식 상태에 들어섰을 때, 그런 존재가 느껴지면 무의식적으로 '명상을 방해하는 존재'로 간주하고 힘으로 억누르며 사라지게 하려고 했다. 나는 그것들을 내 마음이 만들어낸 단순한 사념체이자 허상이라고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도반에게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그가 말했다.
"부처님은 낮에는 사람들에게 법을 설하시고, 밤에는 천신을 비롯한 다양한 존재들에게도 법을 설하셨다고 전해집니다."
그 말은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나는 그동안 명상 중 나타나는 존재들을 부정적인 대상으로만 여기고, 그들을 수용하거나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모든 존재를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날도 명상 중에 다른 존재가 느껴졌다. 평소였다면 힘으로 제압하려 했겠지만, 그날은 그 존재가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면서 마음속으로 정중히 절을 올리려 했다. 그때 그 존재가 내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님,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살아 있는 동안 저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주신 분은 처음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 말과 함께 그 존재는 조용히 사라졌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흔히 귀신이나 다른 존재라고 부르는 이들은 살아있는 동안 깊은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로 인해 강한 집착을 지닌, 측은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또 다른 날, 명상 중 어린아이의 존재가 느껴졌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 아이를 타이르듯 훈계했다. 그러자 아이는 금세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했고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이전까지 나는 사람이 죽으면 모든 것을 아는 완전한 의식을 갖게 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 아이의 존재는, 그 육체를 벗었음에도 여전히 아이의 마음 그대로였다.
이 일을 겪으며 나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사람은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 마지막 마음의 상태 그대로 남게 된다는 것을. 불교 경전에서 말하듯, 죽기 직전의 의식이 다음 생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확인하게 된 순간이었다.
이렇게 다른 존재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바라보자, 나는 점점 그 존재들의 실체를 이해하게 되었고, 더 이상 명상의 방해 요소로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명상 중에 더 이상 다른 존재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 존재들을 내가 정화시킨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이 정화되었기에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