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파도를 잠재우는 피리
만파식적(萬波息笛)
신라 시대 전해 내려오는 전설 속의 피리.
이 피리를 불면 세상의 모든 파도가 잦아든다고 한다.
그 파도는 바다의 물결이기도 하고, 마음속의 분노와 슬픔이기도 하다.
세상은
파도로 가득했다.
분노의 파도
슬픔의 파도
외로움의 파도
자기만을 앞세운 고통의 물결들
서로 부딪히고,
서로를 삼키며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다.
나 역시
그 수많은 파도 중 하나였다.
하지만 어느 날,
조용히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내 안에서
바람도 없이 퍼져나가는
맑고 낮은 숨결 같은 소리.
그건
누군가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도 아니었고
책에서 배운 것도 아니었다.
그 소리는,
나의 침묵 깊은 곳에서
오래전부터 숨 쉬고 있던
내 안의 만파식적이었다.
나는 그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들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먼저 나의 파도를
조용히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소리는
조금씩 다른 이들의 파도에도
전해지기 시작했다.
모든 파도가 자기 자신을 내세우는 동안
나는 조용히
원래의 바다를 기억하는 울림이 되고 싶다.
내 안의 만파식적이
누군가에게
잠시라도 고요한 물결이 되기를.
그렇게 오늘도
나는 글을 쓰고, 조용히 눈을 감고 숨을 쉬며 명상한다.
모든 존재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평화롭기를, 행복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