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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 #4. 막내 스즈의 이야기

by 마음농부
늘 그런 생각을 했어, 나의 존재만으로 상처 받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살면서 나의 존재만으로도 다른 사람이 상처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이 세상을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이 생존하는 데는 단순히 먹고 자고 배설하는 생리적 욕구만 해결된다고 되는 것이 아니 때문이다.


로마시대 때 정말 끔찍한 실험을 했다. 사람의 손길을 전혀 닿지 않은 채 아기들을 양육하게 한 것이다. 인간의 보살핌을 안 주었을 때 어떻게 성장하는지 실험을 한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이 아기들은 모두 어떻게 됐을까? 안타깝게도 모두 죽었다.

이렇듯 인간은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바로 사랑이라는 따뜻한 감정 필요한 것이다. 대부분 종교에서 사랑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너의 이웃을 사랑하라”, “모든 이에게 자비를 베풀라” 이런 행위는 애정 욕구가 결핍된 사람에게 상처가 치유되는 힘이 되어주고 자존감을 회복시켜주어 온전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즈는 애정 결핍을 넘어 학대를 경험한 아이들의 성향을 보여준다. 영화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준다.

스즈 : 나 여기 있어도 될까?


남자 친구: 그게 무슨 말이야?


스즈 : 센다이에 있을 때도 야마가타에 있을 때도 늘 그런 생각을 했어 나의 존재만으로도 상처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생각으로... 힘들었어.


네 자매 중에서 이복동생인 막내 스즈는 언니들과 다른 성장과정을 보여준다.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 가족의 해체와 그 속에서 성장한 세 자매들의 환경과 스즈의 성장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즈는 엄마가 유부남인 남자와 바람을 피워 자신을 낳고 그리고 친엄마가 돌아가시고 계모와 살다가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혼자가 되어 이제는 이복 언니들과 함께 살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신체적 혹은 정신적,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았을 확률이 높다. 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마음 아프게도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사랑할 수가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학대가 무서운 것이다.


자기 자신마저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상태가 되면, 몸을 마음대로 굴리고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 버리게 된다. 즉 사람으로서의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고 생각하는 스즈. “늘 그럼 생각을 했어, 나의 존재만으로도 상처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생각으로... 힘들었어.” 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부모의 죄를 자신의 죄로 뒤집어쓴다. ‘부모는 나를 사랑하지만 내가 잘못해서 그런 거야’라고. 그래야 그나마 자신이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즈 또한 부모가 잘못한 것을 자신이 잘못한 것으로 생각하고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스즈는 맏언니 사치에게 “미안해요, 우리 엄마 때문에... 부인 있는 남자를 사랑하다니,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사치는 놀라서 스즈에게 이야기한다. “무슨 소리야! 너와는 아무 상관없어” 이렇듯 부모의 죄를 자신의 죄로 생각하고 세상을 살아간다.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 행복할 자격이 없어


어린시절 학대를 받고 자란 아이는 커서 자신을 학대하는 우자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마음속 깊은 곳에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 행복할 자격이 없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렇다.


이렇게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힘들더라도 진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죄책감과 수치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서 치유받는다.


우리는 배우자, 주변의 가까운 이웃, 직장 동료, 친한 친구들의 어린시절 겪은 환경을 알지 못한다. 그들 중 누군가는 어린시절 원치 않는 학대를 받아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사람에게서 치유받을 수 있게 우리는 이웃을 사랑해야 하고, 모든 이에게 자비를 베풀 줄 알아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서로를 사랑하기를, 마음이 평화롭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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