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예의
그러니 그건 나였다. 내 일상을 망치고 있는 것은. 내가 범인이었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었다. 회사도 범인이 아니고, 야근도 범인이 아니었다. 물론 파리도 범인이 아니었다. 내가 나를 불쌍하게 만들고 있었다. 마이클 커닝햄의 이 구절이 내게 그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나를 구원할 의무는 나에게 있었다. 매일은 오롯이 내 책임이었다. - 김민철, 『모든 요일의 기록』
‘내가 범인이었다.’ 이 한 문장이 한동안 마음을 괴롭혔다. 마치 명탐정 코난이 나에게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으니 어서 자백하라 다그치는 듯했다. 삶은 그저 견디고 버티는 일의 연속이라 생각했었는데, 내가 무엇을 위해 버티고 있는지 잊어버린 불쌍한 청춘이 된다는 말에 일순간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불평으로 가득한 일상을 살면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행복한 여행을 꿈꾸는 모습은 내 일상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다. 털레털레 회사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다 만난 고양이가 무심한 척, 나에게 천천히 말을 건다.
“일상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지금을 충만하게 살아. 무력감에 온몸으로 맞서 치열하게 겪어 내. 삶을 살아야 할 강력한 이유를 찾고, 기꺼이 책임지는 일이 필요할 거야. 지금의 너에게, 우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