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가 한쪽 끝을 살짝 접어 놓은 책 같은 사람
친구를 만나 밥을 먹었다. 사는 게 녹록지 않다는 말을 들었고, 힘내라는 말 대신 책을 하나 선물했다. 새 책을 사진 않았다. 그냥 읽었던 것 중에 골랐다. 책장 앞에서 몇 권을 추리고, 찬찬히 제목을 살펴 정했다. 나는 책을 읽다가 생각 깊은 문장을 만나거나 꼭 다시 읽어 봐야겠다 생각이 들면 페이지 위쪽 구석을 살짝 접어 놓는데, 제법 많은 쪽이 접혀있는 책이었다. 언제쯤 읽었을까 생각하며 조금 색 바랜 책을 펼쳤다. 이렇게 문득문득 다시 만나는 문장들은 언제나 새롭다. 그때 살짝 접어 두었던 종이 위의 글자들이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건넨다. 내가 다시 왔으니 오늘의 의미를 찾아보라고 말이다. 그래서 책 선물은 언제나 설렌다.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책이, 너에게 또한 그러하기를 (얼마 전 책 선물을 준 선생님께서 써주셨다) 바라는 마음이 있다.
참 좋아했던 책, 『청춘이라는 여행』에서 김현지 작가는 본인을 이렇게 소개한다.
“읽다가 한쪽 끝을 접어 선반 위에 올려놓은 책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잠시 잊는다 해도, 어느 비 오는 날 문득 접은 쪽을 펼쳐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나도 그렇다. 읽다가 한쪽 끝을 살짝 접어 놓은 책 같은 사람이고 싶다. 어느 날, 우연이든 필연이든 문득 접혀 있는 페이지를 펼쳐보는 것처럼, 그렇게 주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문득 만나서 여전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내가 될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