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화면,

어쩌면 더 익숙했을 온전한 내 모습과 삶.

by 김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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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이 꺼졌다. 오랜만에 마주한 까만 네모창이 참 깊다. 그 속에 가득 차게 비친 익숙한 얼굴의 시름도 참 깊다. 거기에 내가 있었구나. 그래서 너를 쉽게 놓지 못했구나. 핸드폰이 제 기능을 잃으니 비로소 알았다. 그 작고 각지고 비싼 물건을 얼마나 자주 들여다보았는지. 힘없이 죽어있는 까만 화면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 보는 내 모습. 이미 알고 있음에도 생각보다 몸이 먼저 앞서 달리는 상황. 슬쩍 버튼을 누르고 까만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을 확인하고 다시 주머니에 넣는 일의 반복. 피식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인데도 이내 슬퍼졌다. 보이는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나. 핸드폰은 늘 켜져 있어야만 하는 물건이었다. 언제나 손을 내밀면 활짝 밝게 인사해주는 친구였으므로. 그 까만 화면을 나는 한동안 이해하지 못 했다. 거기에 내가 있으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 속의 나와 진짜 내가 같지 않은 걸 알면서도 네모난 기계에 살고 있는 내가 자꾸 보고 싶었나 보다.


시간이 지나니 썩 나쁘지 않다. 어쩌면 더 익숙했을 온전한 내 모습과 삶. 애써 찾지 않아도 세상엔 보고 듣고 생각할게 이리도 많은데. 가끔은 까만 화면인 채로 살아도 좋겠다. 까만 네모 창밖의 나는 한층 더 밝아질 테니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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