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김밥 값이 올랐다. 비가 내린다.

by 김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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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랐다. 집 앞 단골 분식집 야채 김밥 값이 500원 올랐다. 반듯하게 잘린 달력 뒷장에 꾹꾹 천천히 최대한 사려 깊게 적어 넣은 새 가격을 바라보았다. 침착해, 놀라지 말고 들어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늘 한결같을 것 만 같았는데. 김밥을 싸주던 이모는 저걸 써넣으며 얼마나 미안했을까. 김밥을 싸가던 우리는 저걸 보며 또 얼마나 미안했을까. 서로 마주 보고 애써 웃었다. 김밥 두 줄이 주는 온기를 가슴에 꼭 품어 집에 왔다. 맥주를 한 캔 꺼내고는 한 층 업그레이드된 김밥의 몸값을 위하여 건배도 했다. 요즘 세상엔 오르는 것 투성이니, 그럼 나는 무엇을 슬쩍 내려야 하나 생각했다. 뒹굴뒹굴하며 고민하다가 이참에 욕심을 조금 내려놓을까 싶었는데 창밖에 비가 주르륵 내린다. 참 고맙다. 비라도 시원하게 내려줘서. 욕심은 조금 더 쥐고 있어 볼 일이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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