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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근 Mar 15. 2017

잘한다


'잘한다.'라는 칭찬을 몹시 갈구하며 살았다. 어렸을 적엔 '운동 잘하네.' 소리에 괜히 기분이 좋았고, 조금 머리가 커졌을 땐 '공부 잘하네.' 말 한마디에 마음이 들뜨곤 했다. 막 성인이 되어서는 '술 잘하네.' 소리를 듣고 싶었으며 직장을 갖고 나니 '일 잘한다.'는 이야기를 알게 모르게 기대해왔었다. 부족하다 느끼는 부분을 무엇으로든 채우고 싶어 하는 나였으니까.


요즘은 이런저런 평가에 크게 마음 쓰지 않고 지내왔는데 문득 이젠 운동도 공부도 술도 일도 아닌 '이해를 잘한다.'는 칭찬이 듣고 싶다 생각하게 되었다. 이해는 그냥 하면 되는 것이지만 잘하는 이해는 좀 다른 영역의 일일 것 같았다. 내가 너를 잘 이해하고 네가 나를 잘 이해한다. 혹은 그런 부단한 노력들이 있다면 시간은 꽤 걸리더라도 보이지 않았던 서로의 모습을 조금은 알게 되지 않을까나. 그럼 우리는 마냥 좋은 건 아니더라도 조금은 덜 서운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누군가를 잘 이해하려는 노력은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낼 생채기가 너무 아플까봐 스스로에게 놓는 진통제 같은 것이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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