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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근 Mar 18. 2017

나는 너랑 달라

다르다. 그다음의 이야기.


"나는 너랑 달라." 쌀쌀함과 쓸쓸함의 중간 정도 어조로 남자가 여자에게 말했다. 나는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가만히 듣고 있었다. 몹시 긴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숨죽인 채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달라. 그다음의 이야기를 말이다.


우리는 다르다. 엄밀히 말하면 같아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랑 달라."의 뒤에는 나를 위해 좀 더 노력을 해달라든지, 내가 너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없으니 조금 이해를 해주면 좋겠다는 다정한 부탁이나, 달라서 뭐가 문제라는 거냐! 혹은 다르면 좀 어떠냐? 같은 쿨한 인정 같은 말들이 이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몇 마디 더 이어진 짧은 대화를 통해 그들은 차이를 다시금 확인했고 결국 다른 길을 가기로 했다. 표정들은 사뭇 진지했지만 나는 참 아쉬웠다. 다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텐데. 재미난 관계의 시작일지도 모르는데. 상대방을 나에게 맞춘다는 건 괜한 욕심일 것도 같은데.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면서 그립지만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몇 떠올렸다. 어쩌면 다름에 대한 우리의 서투른 단정이 서로를 더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금요일 밤. 속절없이 식어가는 커피가 참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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