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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근 Oct 25. 2017

노을 잔,

붉은 해를 삼킨 것도 아닌데 괜히 목구멍이 뜨거워졌다.


먹어야 할 약이 있다는 사실을 자꾸만 잊어버리는 어느 치매 환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잘 살아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메고 걷느라 번번이 사는 일을 잊는 나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자 약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 할 그가 내심 부러웠다. 오늘과 내일이 늘 새로울 테니까. 기억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살아내는 일 앞에 갈팡질팡하는 나는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했다. 오늘 같은 내일이 아무렇지 않게 다가올까 너무 무서웠다. 말도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 찬찬히 떨어지는 태양을 잔에 채워 억지로라도 시간을 잡고 싶었다. 붉은 해를 삼킨 것도 아닌데 괜히 목구멍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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