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다 응원한다
<175>
내 키는 175센티미터다. 평범하게, 크지도 작지도 않다. 대한민국 남자 평균키 언저리 즈음 되니, 뭐 크게 상관하지 않고 살아왔다. (키 따위는 문제 축에도 못 끼었으니까.)
<06:50>
상쾌한 아침 06:50. 집을 나섰다. 이미 힘껏 떠오른 태양은 너무 눈부셨다. ‘날이 참 좋네!’라고 생각하며 뒤를 돌아봤는데,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 내 그림자를 보며 말했다. 와우! 엄청 크다! 나는 그렇게 아주 잠깐, 키다리 아저씨가 되었다. 카메라를 꺼내 얼른 셔터를 눌렀다. 그 자리에 10초쯤 서있었을까. 등 뒤의 따뜻한 가을볕이 나를 힘차게 밀어주고 있었다. 어깨에 손을 올리고 조금만 더 힘내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등이 참 따뜻한 아침이었다. 웃음을 머금고, 씩씩하게 걸었다.
<2015.10.02.>
언제쯤 이었을까, 책에서 만났던 진 웹스터의 소설 '키다리 아저씨'를 기억하며 인터넷 초록 창에 제목을 넣어봤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줄거리를 소개한 내용들 위에, 2015년 10월 2일에 발표된 노래가 있었다. 제목은 역시 '키다리 아저씨'였다. 신기한 마음과 함께 무언가 하고 봤더니 김장훈과 동료 가수 윤도현, 강균성이 대한민국 스포츠 합창단과 함께 나눔과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전도사 역할을 하고자 발표한 음원이란다.
‘키다리 아저씨’의 주인공인 주디가 쓴 편지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게 관심을 가져 주는 분이 계시다고 생각하니 가족이 생긴 기분이에요. 이제 저도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행복합니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아마도 이 노래는 아낌없이 나누며 사랑했던 후원자 저비스의 마음을 이야기한 것은 아닐까. 내 키만큼이나 평범하지만, 따뜻한 노래여서 오랜만에 반복 또 반복하며 들었다.(난, 가수 김장훈을 많이 좋아하기도 한다.) 노래 가사 중에 '가진 건 없어도 다 주고 싶어'라는 외침이 주는 여운을 마음 깊이 새긴다. 언제 어디서나 다시 꺼낼 수 있도록.
아프고 힘든 사람들에게 기쁨의 노래를 불러
난 보잘것없는 키다리 아저씨 가진 건 없어도 다 주고 싶어
<5>
사회에 덩그러니 내던져져,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한지 이제 5년.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고, 또 여전히 만나고 있다. 믿고 맡겨진 일, 해보고 싶은 일, 배워야 하는 일, 생각해야 할 많은 것들이 곁에 있다. 이 5년이란 시간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돌아봐야 하는 지금 이 순간. 문득, 노래 ‘키다리 아저씨’의 가사가 귓가를 맴돈다. 나는 다 줄 수 있을까. 또 나는 이미 넘치게 받고 있지 않은가. 기꺼이 나누고 행동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맙게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하나의 얼굴이 하나의 의미로 다가와서는 굳건한 믿음으로 변한다. 묵묵히 돕는 키다리 아저씨가 되고 싶다. 가진 건 없어도, ‘믿는다, 응원한다.’라는 말은 내가 누구보다 더 잘 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