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있고 내가 서있다

by 김봉근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로 시작하는 god의 노래 <길>을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다. 노래를 다 외우지도 못하면서, 앞부분만 계속 반복하게 된 이유는 아마도 이렇다.


지난 주말, 헤르만 헤세 전시회에 갔다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라는 소설 <데미안> 속 글을 보고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생각했다. 시인도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또 오늘 아침엔 조지 레오나르도의 <달인>에서 ‘달인의 길은 연습이라는 것 이것이 핵심이다. 달인의 길은 길 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라는 아찔한 문장을 만났고, 인터넷 검색 중에 틱낫한 스님의 ‘삶은 그저 걸음일 뿐이다. 삶은 도착지가 아니다. 삶은 다만 길이다.’같은 말씀을 보게 되면서 ‘인생은 나만의 길을 오롯이 걸어내는 걷는 행위구나’라는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겠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있고 내가 서있다. 나는 걷는다. 오르막 내리막 번갈아가며 인생을 살아낸다. 길이 있기 때문에 걷는 것이라면, 또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이라면, 우리는 ‘어떻게’걸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나의 길을 걷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다. 앞을 보며 걷다가 왼쪽 오른쪽을 살피고 아래를 보다가 위를 보기도 하면서 최선을 다해 걸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천천히 여유롭게 길 위의 나를, 주변의 모든 것을 바라보며 걷는 일이 그래도 나에겐 삶을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퇴근길 지하철, 하루를 마무리하는 화룡점정의 아주 근사한 이야기를 만났다.

소설 <모모>에 등장하는 현인, 도로 청소부 베포 아저씨의 말이다.


얘, 모모야. 때론 우리 앞에 아주 긴 도로가 있어. 너무 길어.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지. 그러면 서두르게 되지. 그리고 점점 더 빨리 서두르는 거야. 허리를 펴고 앞을 보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지. 그러면 더욱 긴장되고 불안한 거야. 나중엔 숨이 탁탁 막혀서 더 이상 비질을 할 수가 없어. 앞에는 여전히 길이 아득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하는 거야. 그러면 일을 잘 해낼 수 있어. 그래야 하는 거야.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 긴 길을 다 쓸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고, 숨이 차지도 않아. 그게 중요한 거야.


책은 때때로 무서울 만큼 나를 가르치고 혼을 내면서, 아주 가끔 뭉클한 위안을 선물하기도 한다.

가방이 무거워도 책을 짊어지고 다니며 눈을 떼지 않으려 노력하는 이유다. 모두가 이야기에 취하는 밤이길.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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