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매일의 삶 자체가 곧 역사다
가끔 몸을 싣는 버스, 그중에서도 맨 뒤 구석자리는 언제나 좋다. 가만히 창문에 기대고 앉아 버스 안을 내려다본다. 가고자 하는 방향이 같은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앉았다가 일어난다. 핸드폰을 보며 키득키득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친구와 신나게 이야기하는 학생들, 무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나와 같은) 아주머니도 있다. 바로 옆엔 나이 지긋한 어르신 한 분이 앉으셨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 나이를 모두 합치면 얼마쯤 될까?’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 정도쯤 되지 않을까 하고 말았다. 정답이 중요한 질문이 아니었기 때문에 좋았다.
나이를 먹는 일이 참 대수롭지 않다가도, 큰 파도처럼 마음속 깊게 밀려들어오는 때가 있는데 오늘이 꼭 그랬다. 모진 세월이 만든 깊은 주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부터 패기로 뭉친 푸르른 청춘의 숨소리까지, 모든 세대의 생각과 고민이 한 공간 안에 있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 각자의 삶을 견뎌내고 있었던 것이다. 버스 손잡이를 잡고, 함께 멈추기도 하고 흔들리면서 말이다.
철학자 니체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들의 매일의 삶 자체가 곧 역사다.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어떻게 행동하는가. 그것이 바로 매일의 역사를 만든다. 두려워하거나 허둥대지 않고 오늘 하루를 마쳤는가, 게으르게 보냈는가, 용감하게 도전했는가, 어떤 일을 어제보다 더 나은 방법으로 행했는가. 이 같은 태도들이 하나하나 쌓여 매일의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라 했다.
시간은 멈출 수 없다. 우리는 삶을 살고 있으며, 기꺼이 나이를 먹는다. 시간은 발밑에 차곡차곡 쌓이고, 우리의 삶 자체가 거대한 역사책이 된다. 누군가 내 나이를 대신 먹을 수 없듯이, 나만의 페이지를 다른 사람이 채워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을 살아내는 일, 어제보다 조금 더 아름다운 내가 되는 일, 비교 대상이 ‘남’이 아닌 ‘얼마 전의 나’가 되는 일, 스스로에게 ‘왜’라고 질문하고 답을 찾는 일. 여러모로 할 일이 참 많다.
그렇게 우리는 즐겁게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맘껏 기대한다.(좋은 미래를,)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