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무슨 일이든 그것이 즐겁다면 1등이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다

by 김봉근

아무 생각 없이, “재미없어”라는 말을 툭 뱉어놓고 보니 참 신세가 처량하더라. 네 글자 앞뒤로 붙은 한숨이 더 부끄러웠다.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이 목소리로 변신하여 허공을 지나 다시 내 귀로 들어와 마음에 깊게 박혔다. 진짜 현실이 되어 버렸다. 후회했다. 그 말만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냥 속으로 가지고만 있었어야 했는데. 그나마 강세형 작가의 <나를, 의심한다>가 아니었다면, 인생 최고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는 ‘재미’라는 단어에 대한 개인적인 믿음마저 허물어져 버릴 뻔했다. 작가의 선배라는 사람이 덤덤하게 이야기한다. 일은 원래 그런 거다. 그거 빼고 다 재밌게 느껴지면, 그게 일 맞다. 그래서 일이 많을 때면 평소엔 잘 보지도 않던 TV가 그렇게 재밌고, 시험기간 책상에 앉으면 평소엔 잘 하지도 않던 책상 정리가 그렇게 하고 싶어지는 거라고. 공감했다. 나는 지금 원래 그런 일을 하고 있구나. 근데 생각할수록 뭔가 찜찜함을 감출 수 없었다. 나는 하루하루 모든 일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거 빼고 다 재밌게 느껴지면 그게 일이라니. 치밀어 오르는 먹먹함을 누르고 마음을 다잡았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 각자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생각을 현실로 실현해 내는 과정. 그게 바로 일이 아닐까나. 유시민 전 장관이 어느 책에선가 ‘무슨 일이든 그것이 즐겁다면 1등이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썼던 내용이 기억났다. 주어지는 책임을 나만의 재미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겠다. 우리가 힘들어도 즐거움을 찾으려는 이유는,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삶을 살아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오늘도 나는 묻는다. 오늘 하루 재미있었냐고. 그리고 대답한다. 꽤 신나는 하루였다고. 언젠가 한 달에 스무일 즘 정말 즐거웠다 말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정도면 행복한 사람 아니겠는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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