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열어보고 쓰기 시작했다
올초 담당 프로그램을 이동하면서
혼자 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항상 팀으로 일하던 나는
당장 ‘점심은 누구랑 먹지?
답답한데 누구랑 얘기하지?…’
전에는 하지 않던 고민들이 생겼고
일하면서 흔하게 잇었던 티타임도
같이 할 사람을 수배해야(?)할 정도로
고립된 자리라는 생각에
한 번씩 우울한 기분도 느끼게 됐다.
일하는 스케줄이 비슷해야
같이 쉬면서 업무 이슈도 나눌 텐데
특히 방송 일이라는 것이
프로그램마다 일정이 너무 달라서
누구는 촬영 중, 다른 팀은 회의가 먼저
점심시간도 일정하지 않다 보니
같은 프로그램이 아니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나이 40이 넘었는데
밥도 혼자 못 먹냐며 지금의 상황을
즐기라고 조언했고,
다른 이는 부화뇌동하지 말고
자기 일만 하면 편한 자리라고 했지만
어쩐지 나는 (부회뇌동 스타일인가 보다)
일이 안 풀리고 고된 날이면
더 외롭고 쓸쓸한 생각이 든다.
팀으로 일하며 얻는 시너지 효과가
결과물에만 있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면서 말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전에 준비도 안 하고 도전했다가
작가 선정에 톡 떨어져
서랍 속에 저장만 하고 있는 신세지만
마음이 어수선할 때 자꾸 열어보게 되는
방이 생긴 것 같아 위안이 된다.
썼던 글을 몇 번씩 다시 읽고 수정하거나
문득 떠오르는 단어가 있으면
그것을 시작으로 문장을 써보고
단락으로 만들어가는 재미가 솔솔 하다.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고 수정하고 또 읽다 보면
언젠가 저자가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예술은 고독과 친구일지 모르니
마부위침(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다) 자세로
묵묵히 노력해보려고 한다.
훗날 저자 되기 프로젝트를 보면서
웃고 떠 뜨는 에피소드가 생길지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