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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견하다 칭찬받고 싶은 날

6차 표준항암을 마치고

by 뚜벅뚜벅

겨울의 끝자락 2월에 시작한 항암이 6월 초여름에 끝났다. 앞으로 예방항암을 몇 차례 더 받아야 하지만 그래도 어렵고 독한 치료를 마친 기념적인 날이다. 처음 겪는 손발 저림과 온몸을 쿡쿡 찌르는 통증, 임신 때도 격지 않았던 매스꺼움과 구역질, 각종 부작용이 올 때마다 쓸모없는 몸이 된 것 같아 우울하고 괴로웠던 시간들. 그래도 순간순간 회복하는 걸 느끼며 흐르지 않읕 것 같던 시간이 흘렀다.


이날이 오면 몸과 마음이 훨씬 가벼워질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끝이 보이니 담담하다. 어떻게 그 고독한 시간을 헤쳐왔을까, 평범하지 않았던 6개월이 몸에 남겨진 상처만큼 마음에 깊이 새겨진 것만 같다. 다른 환자들의 항암 후기를 읽으며 용기를 얻기도 때로 겁을 먹기도 했는데, 과정을 돌아보니 인간은 나약하면서도 삶에 대한 의지만 버리지 않으면 때로 위대한 힘을 발휘하는 존재가 되는 것 같다. 나도 면역을 올리기 위해 먹고 걷고 자기 위해 애쓰고, 많이 웃고 행복해지려고 의식적으로 애를 썼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기본적인 것에 집중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나 자신을 살피고 혼잣말을 많이 해왔다.


앞으로 6개월이 더 지나야 모든 항암치료가 끝날 예정인데 미래 두고두고 꺼내볼 시간이라 생각하니 그냥 흘려보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초창기 마음처럼 주어진 삶을 묵묵하게 잘 살아내길… 슬기로운 항암생활을 위해 촛불을 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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