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규 Jul 17. 2022

고소당한 의사

나쁜 소식 전하기 3

"여러분이 되어야 하는 의사는, 환자한테 친절한 의사가 아니라 고소 안 당하는 의사입니다."

 실제로 학생 시절 교수님이 우리에게 하신 말씀이다. 많은 의대생들이 공감할 테지만, 친절함보다는 실력을 강조하는 교수님들이 많다. 실제로 의료현장에서 실력이 없다면 친절함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말의 속뜻은 실력 있는 의사가 되란 말이지만, 겉 뜻은 실제로 고소를 당할 일을 피하란 말이 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 의사가 필요하고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소가 난무하는 곳이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뉴스에서 의사를 법정에 서게 한 많은 사건들을 듣고, 실제로 보기도 하였다. 물론 해당 의사가 부주의하여 의료사고가 난 케이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의학적으로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의사의 책임을 물었던 일을 보고 있다 보면, 어떤 의사라도 그런 일이 일어날 만한 의료행위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의 뒤통수를 둔기로 친 환자, 치료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집에 찾아가 칼로 찔러 죽인 뒤 자살한 환자 등등 법정을 넘어서 상상할 수 없는 일까지 당한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서워진다. 의사도 가족이 있는 사람이기에, 나 하나 죽는 것보다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 걱정되는 사람이기에, 무서운 일들은 피하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것 같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러고 싶을 것 같다. 


 얼마 전, 교수님이 하신 저 말씀이 얼마큼 내 마음속에 들어와 있었는지 느끼게 한 사건이 있었다. 대전의 한 거리를 걷고 있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코로나가 풀린 거리는 점점 활기를 찾고 있었고, 답답함을 풀기 위한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그 소음들 사이로 한 전화통화가 들렸다. 

"거기 119죠? 여기 000인데요, 사람이 쓰러졌어요, 빨리 와주세요!"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사람 쪽으로 옮겼다. 회식을 한 직장인들이 쓰러져 있는 사람 주위에서 어쩔 줄 모르고 모여 있었다. 쓰러진 사람 머리 쪽으로는 빨간 피가 흥건했고, 한 남자분이 열심히 CPR을 하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본 순간, '고소 안 당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는 교수님의 말씀과 함께 한 선배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민규야, 나중에 병원 말고 다른 곳에서 환자 막 도와주고 하지 마, 이번에 뉴스 나온 거 봤지? 내 친구인데, 할 수 있는 것 다 해놓고도 못 살렸다고 고소당했어. 세상이 변했어. 너는 앞뒤 안 가리고 도와줄 것 같아서 그래" 


맞다. 나는 도와줄 사람이다. 솔직히 열심히 응급처치를 하고 계신 분에게 죄송했지만, 저런 CPR의 질로는 살릴 사람도 못 살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찰나의 멈칫거림이 나에게도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고소하려면 하라 그래, 지금 그냥 가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난 사람들 틈 속을 헤집고 들어가며 외쳤다. 


"제가 의사입니다! 상황 아시는 분은 설명 좀 부탁드려요!" 



7부에 계속...


#책과 강연 #의사가되려고요 #김민규

이전 09화 나쁜 소식 전하기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