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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Jul 25. 2022

나는 어차피 될 수 없었다

스카이캐슬 그 밖의 세상

열심히 1등을 향한 산길을 오르던 중 만난 것은 정상을 둘러싸고 있는 단단한 산성과도 같은 스카이캐슬이었다. 

전 편에 이어서...

 'A급 수학'을 정말 열심히 풀었다. 2주마다 한 번씩 진행되는 학원 내의 시험은 전체 아이들의 등수를 매겨 반을 한 달에 한 번 재편성했다. 나는 단기로 1 등반까지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 푼 문제를 다시 풀고 또 풀고 반복했다. 어느새 답안지를 풀이까지 외워버릴 정도가 되었다. 시험 성적은 날개가 돋친 듯 금방 올랐다. 3 등반에서 2 등반 탑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고지가 눈앞에 보였다. 저기에 들어가서 꼭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기회를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았다. 열심히 산을 올랐다. 


 단번에 성적을 올린 나는 학원에서도 눈에 띄었는지, 2 등반 수업을 보충수업으로 하는 조건으로 1 등반 아이들의 수업을 같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1 등반 아이들은 교재부터 달랐다. 단순히 중학교 정도의 수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수재들이 모여 있던 곳이었다. 선생님이 가르치는 수업은 갑자기 안드로메다 은하 저 건너편에 있는 것 같이 난이도가 올라갔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열심히 하면 또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금세 2주가 지나고 시험이 다시 찾아왔다. 열심히 공부해온 나는 다시 위풍당당하게 샤프를 들었다. 그러나 곧 힘없이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1등, 2등, 3 등반 모두 같은 문제를 푸는 줄 알았다. 그러나 1 등반 30명의 시험문제는 2,3 등반과 내용조차 달랐다. 나는 2주 공부한 것으로는 한 문제도 풀 수 없었다. 0점.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0점을 맞았다. 레벨이 다른 것이었다. 같은 학원에서 공부하고,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라고 생각했으나 이들은 이미 다른 세계의 아이들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꼴찌를 직감한 나는 주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겉으로 봐서는 여느 아이들과 다른 것이 없이 보였지만, 나만 빼고 서로 전부 아는 사이였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다. 이들은 더 어렸을 적부터 같이 공부를 해오던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교육을 받고, 공부를 못해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었다. 이미 중학교 때까지 공부해온 세월이 달라서 나랑 격이 다른 차이가 나고 있었던 것이다. 


 1 등반 아이들의 시험성적은 항상 학원에서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된다. 성적순을 거꾸로 하여 학원 게시판과 엘리베이터에 이름을 붙여놓기 때문이다. 나는 30명 중 맨 위, 옆에 0점이라는 자랑스러운 점수를 공개당해버렸다. 2, 3등 반 아이들의 비웃음이 화장실에서 들렸다. 1등 반에서 나는 성적도 왕따, 그리고 친구 없는 진짜 왕따가 되어버렸다. 학원의 배려인지 폭력인지 모를 맛보기 1등으로, 나는 스카이 캐슬을 알아버렸다. 


 학원이 끝나면 나는 집까지 혼자 걸어갔다. 이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모두 차를 가지고 와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이 집단에 나를 들여보내기 위해 우리 어머니는 빌어야 했다 여기서 버텨야만 스카이를 갈 수 있는 줄만 알았기에... 하늘 성에 우연히 올라온 지상인은 버텨야만 했다. 하늘이 준 기회를 버릴 수는 없었기에, 전체 학원의 놀림거리가 되어버렸지만, 다음날 다시 '김민규 0점'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강의실로 올라갔다. 


 다음 편에 계속



#책과강연 #의사가되려고요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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