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아드, 고대 올림픽이 열리는 시간을 말하는 단어로, 지금은 전 세계의 천재들이 겨루는 대회이다. 수학, 화학, 물리 등 과목의 올림피아드가 있는데, 이 세계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국내의 한국 수학올림피아드가 있다. 이 친구들은 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던 아이들이었다. 공부를 하다 보면 중학교 정도의 내용이 아니라 미적분까지 활용하는 고등학교 3학년 수학의 개념이 필요했고, 중학교 3학년이 이미 고3 수학의 진도를 끝내 놓게 되었다. 나는 허덕이며 뒷 꽁무니만을 쫓아갔다. 하늘 주민들은 다르구나 생각했다. 과학고등학교를 가게 될 아이들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정말 우연한 기회로 이 미리 선택되는 과정을 보게 된 것이었다. 중학교 때 고등학교 수학을 뛰어넘어 버린 아이들은 실제 수능 때는 모든 양민들을 학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실제로 나는 1 등반에 있는 1년 동안 단 한 번도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꼴찌만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이를 악 물고 공부를 해도 결과는 같았다.
죽고 싶을 만큼 분했다. 더 어린 시절의 나는, 넘을 수 없는 산이 있다는 것이 잘 인정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현실적으로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점점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노력을 해도, 노력을 하지 않아도 결과가 똑같아 버리는 것이 반복되니, 점차 무기력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기 위해 학원을 가는 것인지, 출석 도장만을 찍으러 가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지금은 정말 감사하게도, 어머니는 이런 나를 한 번도 원망하지 않으셨다. '성적이 이게 뭐니', '공부해라 좀'과 같이 다른 집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를 나는 듣지 못했다. 덕분에 나는 끝까지 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계속 차가웠고, 난 그 학원에서 결국 제명당했다.
그래도 과학고등학교를 가보고 싶다는 꿈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학올림피아드에서는 상도 타지 못했고,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 하던 공부법은 결국 가랑이가 찢어져 중학교 내신마저 말아먹게 만들었다. 이대로는 과학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원서조차 내지 못할 상황이었다. 단 1가지, 1개의 방법만이 남아있었다. 3개월 동안 공부를 해서 생물 올림피아드에서 동상 이상을 수상하면, 원서를 낼 자격을 만들 수 있었다. 인생 처음 절박함이 생겼다. 그러나 여러 학원들에서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생물 올림피아드 역시 몇 년 전부터 이 시험만을 위해 공부한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 3개월 만에 입상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난 이게 기회라고 느껴졌다. 대학교 생물학 원서 1권을 3개월 만에 통째로 외우기만 하면 입상이 가능하다는 말은 사실 나를 포기하게 만들기 위한 말이었었지만, 이상하게도, 될 것 같았다. 죽음을 선고받은 환자가 유일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말을 들을 것처럼 나는 초인적으로 암기를 하는데 매달렸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 과정이 재미있었다. 생물과 생명에 대해 알아갈수록 오히려 알고 싶어 졌고, 목적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공부 그 자체의 본질을 위한 공부를 하게 되었다.
돌아보면 이때부터 나의 끌어당김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끌어당김은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배송을 해주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송두리째로 흔들어 놓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정말 값진 교훈을 얻게 되는 것 같다. 결말이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결국, 그렇게 노력하고도 과학고등학교에 떨어졌다. 다음 편엔 이 과정들을 적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