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규 Aug 06. 2022

말하는 대로

끌어당김, 스카이캐슬 밖의 사람

'사실은 한 번도 미친 듯 그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봤지 일으켜 세웠지 내 자신을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눈으로 본 순간


믿어보기로 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걸 알게 된 순간 고갤 끄덕였지'

-이적, 유재석 말하는 대로


무한도전은 내 수험생활에 유일한 낙이었다. 토요일 저녁에는 공부를 하지 않고 가족끼리 모여서 무한도전을 틀고 저녁을 먹었다. 2011년 이 노래가 나왔을 때, 하던 식사도 멈추고 방으로 들어가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될 수 있다고 믿었고, 미친 듯 그렇게 달려들었다.


전 편 이어서..


면접은 논술과 대면 면접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졌다. 데카르트의 생명 이해를 읽고 글을 쓰고, 면접이 시작되었다. 그저 소신 있게 내 생각을 말했다. 많은 면접 책들에서 이야기하는 그런 기술들은 머릿속에 있지도 않았다. 남들과 똑같은 말을 하기 싫어서 스카이캐슬 아이들이 듣는다는 수업도 마다했었다. 여기까지 미친 듯 달려왔기에 내 말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마지막 교수님의 말씀이 기억이 난다.


"좋은 의대 가서 좋은 의사 되세요."

나는 당황해서 "네?.." 하고 대답하고 면접이 끝났다. 좋은 의대를 가라는 것이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가란 것인지도 모를 이 말이 가슴에 박혔다. 찝찝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며칠 후 이 말은 축복이었음을 알았다.


 3년 전 과학고등학교에 떨어진 것을 보았던 컴퓨터에 똑같은 자세로 앉았다. 합격자 조회에 내 개인정보를 넣다. 심장이 제멋대로 쿵쾅거리는 소리가 귀에까지 들렸다. '딸깍'하고 클릭을 하자 화면이 하얗게 바뀌며 로딩 창이 떴다.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 눈에 들어온 첫마디는

'축하합니다'였다. 합격이었다. 드디어, 드디어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냈다. 3년 전 전화로만 건너 들었던 합격의 기쁨의 소리를 가족들과 축하하며 들을 수 있었다.


 이날 밤 어머니와 산책을 하고 카페에 잠깐 들렀다. 지금까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지 정리해보며 우리는 같이 울었다. 처음 의대를 가겠다고 이야기를 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였다. 수많은 무시를 당해왔었다. 노력을 하는 모습 자체를 비웃고, 그들이 받은 좋은 교육에는 기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담임선생님마저 나를 무시하고 "네가 되겠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원서를 쓰는 순간에도 꿈은 꿈일 뿐이다, 안전하게 가야 한다는 회유도 있었다. 어머니도 같은 경험을 하셨을 것이다. 그런 무시를 당하는 아들을 보며 속이 상했고, 스카이캐슬의 엄마들에게 무시를 당해도 나에게 말을 못 했던 일도 있었을 것이다.


 바라본 것은 오직 하나 의사가 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 수많은 불합격의 순간들과 나를 깎아내리던 일들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말했던 사람을 도와주는 의사가 되기 위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일들인 것 같기도 하다. 정말 신기하게도, 내가 무너질 때마다 끔찍하게 아팠던 일들은, 오히려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가 될 수 없는 일들이었다. 과학고등학교에 붙었다면, 나는 의대를 포기하고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는 사람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무시를 당하지 않았다면 지금 묵묵히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어쩌면, 내 첫 번째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못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계획을 세운다. 여러 가지 현실상황과 조건들에 맞추어 될 수 있는 일을 선택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우리는 정말 말하는 대로 된다. 지금 내가 세웠던 계획의 가치는 미래의 내가 바라보았을 때 다른 가치일 수 있다. 나는 지금의 장애물이 아니라 저 멀리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달하기까지 어떤 아픔을 겪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금 좌절이 생기는 일이라 할지라도, 어쩌면 먼 미래에서 보았을 때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필연적인 일이었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말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내 생각과 말이 정말 현실이 된다. 그렇기에 아픔을 느껴도 목표를 세웠다면 마라톤을 달리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


 나는 나도 할 수 있었으니 다른 모든 사람들도 할 수 있다고 앞으로도 이야기하고자 한다. 놀라운 것은 이제 사람들이 나에게 '나' 였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를 가져다가 붙인다. 이게 놀라운 이유는 내가 이뤄내기 전에는 '나'이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사람들이 말했기 때문이다. 변함이 없던 것은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던 '나'였다.

못 믿겠다면 내 앞글들을 읽어보길 바란다.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된다. 이 글을 읽게 된 모두, 힘을 내자.



멘탈강의와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들 의료현장에 대한 이야기로 계속 글을 이어나가겠습니다.


#책과강연 #의사가되려고요 #김민규

이전 13화 남들과 달라도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