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작가 Jun 14. 2023

홋카이도는 새벽 4시에 해가 뜬다

퇴사 전 홋카이도 여행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커지던 어느 날, 나는 홋카이도 여행을 결심했다.


다른 곳이 아닌 홋카이도를 여행지로 삼은 이유가 몇 가지 있었다.

1. 무계획이면서 가족 여행을 하기 쉬운 국가로 정했다. 일본은 인프라가 잘 되어있고 치안이 좋아 가족끼리 여행하기 좋은 국가였다.   

2. 여행하기 좋은 날씨인지 고려했다. 6월의 홋카이도는 한국의 봄가을 날씨로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3. 사람이 많은 도쿄나 오사카에 가고 싶지 않았다. 사람 구경은 서울로 충분했다.

4. 이전에 읽은 여행 에세이에서 홋카이도의 맛집들을 소개하던 것이 기억에 남았다.


그렇게 정말로 내가 퇴사를 하는 게 옳은지 고민을 품은 채 6박 7일의 여행을 떠났다.



홋카이도를 여행하면서 가장 신기했던 점은 일출, 일몰 시각이었다.

홋카이도 일출 일몰 데이터

홋카이도는 해가 엄청 일찍 떴다. 자다가 햇빛에 눈이 따가워서 일어날 때만 하더라도 아침 6~7시쯤을 생각했는데 스마트폰의 시계가 4시밖에 안 된 걸 보고 폰이 고장 났나 의심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일출이 오전 4시고 일몰이 오후 7시이기 때문에 하루에 15시간 동안 해가 떠 있는 셈이다. 원래 위도가 높으면 해가 빨리 뜨고 늦게 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비행기로 두세 시간밖에 걸리지 않은 홋카이도가 이렇게 한국과 다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하였다.


홋카이도와 삿포로의 위치(서울과 비교했을 때 위도가 10~15 이상 차이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해님이 부지런한 것과 반대로 홋카이도(오타루 시)의 사람들은 여유로워 보였다. 가게 대부분이 오전 10시 이후에 문을 열었고 아침 8시에도 출근하려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찾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새벽부터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홋카이도에서는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마치 모형 도시 같았다. 서울에서는 새벽 6시에도 지하철에 빼곡히 앉아 출근하는 직장인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런 서울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런 여유 있는 모습이 조금 충격이었다.


심지어 가게 Open을 늦게 했기 때문에 좀 더 늦게까지 장사할 것 같던 가게들도 5시 30분쯤에 벌써 가게를 마치기 위한 정리를 하는 모습은 조금 황당하기까지 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깨졌다. 자영업이 이렇게 적게 일할수도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다니며 정신없이 살면서 주변의 야근하는 동료들을 봐왔고 또 정말 열심히 사시는 자영업자 분들을 많이 봤었다. 그러다 보면 나는 너무 게으르고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정상이고 내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 전혀 다른 모습과 생활 패턴으로 지내는 사람들을 봤더니 어긋났던 상식이 리셋되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에서 생각했던 보통의 삶(회사에 다니며 가끔 야근도 하고 퇴근 뒤 공부나 운동도 하고 대외활동을 하면서 자아실현도 하는)은 세계 모든 사람들의 당연함은 아니었다는 걸 느꼈다. 또 한국에서조차 처한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라때는 이라는 말과 함께 남들도 다 이렇게 일한다는 가스라이팅을 당하곤 한다. 그렇게 난 남들도 다 이렇게 사니까 또는 이 부분은 그래도 우리 회사가 남들보단 낫지라고 위안하면서 퇴사를 망설였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분명히 세상 어딘가에는 여유롭게 일을 하면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그런 당연한 사실을 서울에서는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홋카이도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