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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과사람 Jun 29. 2019

마음의 역치

공황장애



오랜만에 동기들과 다 같이 밤늦게까지 일을 했다. 찾아보고 정리해야할 것이 많아 이 파일 저 파일을 뒤지고, 합치고 나누고 계산하고, 마무리가 쉽사리 되지 않았다. 바로 그 때 컴퓨터가 돌연 꺼져버렸다. 뭘 잘못 눌렀나, 느리긴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하며 다시 재부팅을 하고 일을 시작했다. 한 시간쯤 지나서였을까 컴퓨터는 또 다시 꺼져버렸다. 과부하였다. 정해진 범위를 넘어서 버티지 못하는 일.



컴퓨터는 자신이 과부하 되었다고 정확히 표현할 줄 아는 존재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길로 컴퓨터를 끄고 동기들을 기다리며 곰곰이 나를 돌아봤다. 인간의 뇌를 닮았다고 하는 컴퓨터조차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데, 우리는 우리 자신의 부하량을 알고는 있는지.



요즘 청소년들에겐 자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성인들에겐 너 나 할 것 없이 공황(panic)이 퍼져나가고 있는 것 같다. 한때 연예인들의 병이었던 공황장애는, 정신과를 찾는 가장 흔한 이유에까지 자리매김했다. 그 뿐 아니다. 이러이러한 경험을 했는데 이게 무엇인지 묻는 지인들도 부쩍 많아졌으며, 어느새 나의 가족을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슬며시 찾아와버렸다.



공황발작(panic attack)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 곤란, 가슴 통증, 메스꺼움, 현기증, 오한, 발한, 죽을 것 같은 공포 등 여러 가지의 신체증상이 짧은 시간 내에 발생하는 것이다. 증상은 이러이러하나 결국은, 우리 마음에 과부하가 걸려 몸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간당간당하니 조심하라고, 지금 경험하는 스트레스를 줄이지 않으면 정말 큰일난다고 우리 몸이 친절히 경고해주는 일. 마음이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니 그 문제를 몸이 알려주는 병.


우리는 우리 마음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그러나 알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며, 그보다 더욱 나쁜 일은 앎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을 돌보지 않는 일이다. 컴퓨터가 꺼지며 두 번이나 경고하는데도 계속해서 이를 사용하면, 어떤 일이 생겨날지 불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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