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사람은 철저하게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러고, 혹은 그렇기 때문에,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세상은 내 중심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따박따박 빨리빨리 순조롭게 돌아가야 정상인데 다른 사람이나 다른 이유나 혹은 다른 사람의 어떤 이유로 인해 진행속도가 느려진다면 견딜 수가 없다.
이런 이유로 인해, 다시 말해 1) 자기중심주의 2) 노 인내심이라는 나를 특징짓는 가장 대표적인 특징들로 인해 결과적으로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남을 배려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느끼고 매사에 짜증을 부리기 일쑤다.
그래서 아이를 가지면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
물론, 나의 성격개조만을 위해 아이를 가지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결혼을 하면 다음 수순이 아이이기도 했지만, 내가 아이를 가지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내 남편이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 이런 사람이라면 아이를 가지는 것도 좋겠다,’ ‘이런 훌륭한 유전자를 썩일 순 없지,’ 등의 이유로, 자상하고 따뜻한 아빠가 될 거라는 점을 확신할 수 있었기에 별 고민 없이 그의, 우리의, 아이를 가지기로 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들과 함께,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살포시 쥐고 있었던 나만의 자그마한 희망사항은, 아이를 통해 나 역시도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런 희망을 품었다는 것 자체도 역시 지극히 이기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게으르고 안일한 생각이기도 했다. 아니, 내 성격에 문제가 있으면, 내가 노력해서 고칠걸 생각해야지, 왜 남에게 의존하지? 그런 남이 나의 아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사실 겪어보니, 어차피 허황된 꿈이었다. 왜냐하면 아이를 가진다고 해서 자동으로 내 성격이 고쳐지진 않더라. 오히려, 갈수록 태산이다.
남편과 나는 딸을 가졌다. 현재 5살이다. 딸과 나는 매일 싸운다. 오늘 아침에도 싸웠다. 어제 아침에도 싸웠고, 저녁에도 싸웠다. 내일도 분명히 싸울 것이다. 싸움의 원인은 늘 똑같다. 그녀가 나와 너무 닮았다는 점.
그래서 나만큼 이기적이라 다른 사람(특히 부모)의 말은 귓등으로 듣고, 나만큼 참을성이 없어서 툭하면 신경질을 내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은 아이를 키워본 전국의 부모 나아가 전 세계의 부모 나아가 인류 역사상 과거를 살았고 앞으로 미래에도 있을 모든 부모의 이야기일 것이다. 내 자식이 날 쏙 빼닮아 미치고 환장하겠다는 것.
이로 인해 나의 성격개조노력에 많은 도전과 위협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냥 해도 어려웠을텐데, 이놈의 딸년이 더 힘들게 만들고 있네.
욕을 하면서도 깨달음이 온다. 결국엔 맞네. 아이를 가지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순 있겠다. 아이를 가지지 않았으면 이런 수준의 엄청난 도전과 위협을 아주 단시간에, 매우 압축적으로 한꺼번에 받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도전이 있다 하더라도 한 생명의 앞으로의 미래와 평생에 이 정도로 깊은 영향을 미칠 정도의 위협은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 내가 한 인간으로서 자라기 위해서는 아이와의 거듭된 싸움에서 나도 휘말려서 같이 욱해서 싸우지 않고 정말 끊임없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노력하고 인내하고 인내해서 좋은 엄마의 모습을 1만큼 보일 수 있다면 거기서부터 한 뼘 성장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또 아이와 자존심 대결에서 나도 같이 으르렁대는 바람에 1보 후퇴를 한다 하더라도, 그래서 그 엄청난 좌절감에 밤에 몰래 혼자 울다가 평화롭게 자는 아이를 끌어안고 솜털 달린 작은 귓속에 ‘엄마가 미안했어’라고 속삭이다 딸아이를 껴안은 채 지쳐 잠든다 하더라도, 조금씩이라도 더딘 성장을 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좋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