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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뀰사마 Dec 20. 2021

20. Dec. 2021

땡볕의 불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20. Dec. 2021


타죽을거 같은 여름이 시드니를 덮쳤다. 요 한달동안 내내 비오고 축축하고 더워서 이 시즌의 시드니는 힛붸이브로 타죽을거 같은 도시라는 걸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큰 화분에 갈아심은 페퍼민트, 아마란스, 깻잎이 이미 타죽어가는게 눈에 보였다...안돼..! 내가 니넬 어떻게 싹을 틔워 여기까지 키웠는데 ㅠ_ㅠ 


트위터에서 너무 감명깊은 글귀를 주웠다. 

나도 이 트윗에 극공감한다. 이런 이유로 2년전부터 헬스클럽을 등록하고 마음이 심란하고 불안이 엄습해 머리가 팽 돌거 같으면 그냥 닥치고 수영복을 바리바리 챙겨서 클럽으로 가서 수영을 몇 바퀴 뛰고 줌바를 추러가서 땀을 뺐다. 그러면 일단 고민이고 뭐고 기운이 빠져서 잠에 푹 빠진다. 펜싱과 (아마도 내년에 시작할 지 모르는) 검도를 뜬금없이 알아본 것도 별거 없다. 칼을 쓰며 몸을 상대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다 부딪히는 활동을 통해 나를 옮아매는 걱정과 불안감을 그냥 떨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워낙 골골허약체질이라 칼 한번 맞대고 바로 헥헥 과호흡하는 건 접어두고...)


부스터샷을 예약했다. 딱히 안 맞아도 될거 같기도 하지만 내년 어째 인사신 삼형에 인신충 직격타로 맞을거 같은 세운이니까 걍 조심해서 나쁠거 없다 싶어 모더나로 예약했다. 1월 말에는 혈장도 기부할 예정인데 모더나 맞기전에 기부를 해야할까나? 조금이라도 젊고 피 좀 빼도 안 뒤질 나이에 헌혈하자 싶어서 3-4개월 텀으로 예약을 잡았다. 


새로 온 직장동료들은 항상 회사에서 자기를 어필하기 위해 나를 까내리거나 회사 내정에 맞지도 않는 신 기술들을 막 언급하는게 으례 일상인데..이젠 뭐 그냥 니가 스스로 깨달을 때 까지 그렇게 막 난리를 치다가 혼자 제 풀에 꺾이겠지하고 냅두고 있다. 일주일에 1번 매번 칼싸움을 하다보니까 다른 요일에는 경쟁이고, 신경전이고 나발이고 그냥 그럴 힘이 없다..나는 너무 늙고 지쳤어요 땡벌 땡벌. 


구파트너에게 지난 주말에 무뜬금 디스이즈 스파르타!라며 코치의 발길질에 이제 겨우 강습 3주차인 초보자인데도 불구하고 피스트로 나가서 클럽멤버전 토너먼트에서 첨부터 결승까지 보조사범의 채찍질(그리고 팀전이라 보조사범이 거진 대부분 하드캐리한..ㅋㅋ...)을 받으며 갔다는 이야기를 했다. 왜 자꾸 결별한 사람에게 질척대니..하지만 나의 등신같은 본 모습을 알고도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이 워낙 적어서 비록 전 연인이라도 그걸 아는 사람에게 그냥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일상을 공유하고 싶었다. 내 인생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나도 모르겠고 대체 왜 정신 차리고 보니 검도와 펜싱 클럽에 다닐 생각을 했을까 반문했다. 누차 말하지만..나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은 분명 댄스,요가,필라테스일지언데..으응...? 


결별한 전 파트너를 불러서 장난감 칼을 쥐어주며 사브르 펜싱 스텝이랑 경기룰을 설명해주는 나란 놈..진짜 징한 새끼...넌 진짜 테키+오타쿠 아니었으면 세상 어떻게 살아갈래..? 하지만 난 이런 내가 너무 좋으니까 그냥 자기만족이나 실컷하며 살아야지. 남의 눈에 이쁘게 들어오는 게 무슨 소용. 내가 날 좋아하는게 가장 최고이지. 자기전에 한국 펜싱 선수들 스텝이나 다시 복습하며 복기하고 자야지. 아, 물론 눈으로만. 나의 관절은 이제 더 이상 부드럽고 말랑하지 않으니까요. 그나저나 대련날엔 몰랐는데 오늘 샤워하니까 왼손이고 오른팔목이고 아주 그냥 멍이 시퍼렇지 않은데가 없네..아놔...


전날 트친님의 스페이스가 너무 재밌어서 호주시각으로 새벽 4시까지 잠 안자고 버티다가 4시간만 자고 일어나 다시 작업실로 들어와 출근했는데 하루종일 집중이 안 되고 몸이 내 몸 같지가 않았다. 이제 밤 새면 진짜 심장 발작으로 뒤질지도 모르는 나이인것이다. 너무 슬프다. 20대땐 허구헌날 했던게 날밤까며 과제하고 야작하고 덕질하기 였는데. 이젠 몸이 그걸 거부하네. 내 마음은 아직도 어퓨인데 이제 껍데기는 설화수이구나. 슬프다. 통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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