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을 소개합니다.

by 신하연

오늘은 나의 방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사진 한 장 없이 글을 써낼 것이라, 의도와 다르게 묘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 방에 대한 글은 한 편 남기고 싶다. 방에 있으면서 편안하고 좋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에 엄마가 방을 예쁘게 정리해 주셔서, 원래도 좋던 방이 더 좋아졌다. 이 방에 오래도록 있고 싶은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나는 지금 방이 너무 좋아서 거처를 옮기게 되면 이 방처럼 꾸밀 것 같다. 쾌적하고 넓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 나의 방, 그러면 소개를 시작한다.

내 방은 우리 집에서 가장 넓은 방이다. 보통은 부모님이 기거하시는 안방이 될 터인데, 현재 우리 집에는 삼남매만 살고 있다. 그래서 장녀인 내가 가장 넓은 방을 차지하게 되었다. 크기가 넉넉해서 가구가 없지는 않은데도 가운데 공간은 훵하니 비어 있다. 이 넉넉한 넓이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방에 있는 가구는 책상, 옷장, 침대이다. 그 중에 책상을 먼저 설명하고 싶다. 이 책상은 나무를 깎아 만든 것인데 각이 지게 깎지 않았고, 인체 구조에 맞게 유려하게 곡선으로 깎았다. 어느 부분은 더 나와 있고 어느 부분은 들어가 있으며 부드럽게 깎아 놓아서 어디에 닿아도 편안한 느낌이다. 앞부분만 곡선이고 옆면과 뒷면은 일자로 되어 벽에 알맞게 붙는다. 책상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옛 산수화 같은 그림이다. 온화한 밝은 톤의 나무는 옆으로 길고 큰 서랍 세 개를 갖고 있다. 이 책상 바닥에는 발을 댈 수 있는 발판이 나 있고 나는 그 공간에 책을 가득 채워 놓았다. 발판 아래 바닥에도 공간이 있어 책을 또 채워 놓았다. 책상 오른편에는 이십 년 넘게 튼튼하게 버틴 hp의 프린터기가 있다. 프린터기로 인해 hp는 튼튼하게 물건을 잘 만든다는 확신이 생겨 구매한 hp 검은 노트북도 가운데에 놓여 있다. 노트북 뒤에는 양키캔들 워머가 있고, 인스탁스 폴라로이드 카메라, 안경집이 있다.

왼편에는 책꽂이가 있어서 그곳에도 책을 잔뜩 꽂아 놓았다. 책꽂이 끝부분에는 lp판 5장도 꽂혀 있다. (굳이 쓰자면 에이미 와인하우스, 시네마천국 영화, 슈베르트, 라디오 헤드, 그린데이-음악 취향이 엿보이는가?) 프린트 옆에는 책이 열 권 넘게 쌓여 있는데, 도서관들에서 빌린 책 열 권과 집에 있는 책들이다. 현재 읽고 있어서 옆에 쌓아 두었다. 책을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독서대도 있고, 필사하기 위한 공책도 있다. 왼편에는 디자인 전공인 여동생이 디자인한 연필 꽂이가 있는데, 이건 잎사귀를 모티브로 높이가 다른 구멍 6개가 나 있어서 손톱깎이부터 가위, 펜 등을 순서대로 정리해 넣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애정하는 보스의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있어서 핸드폰과 연결해 음악을 틀어놓을 수 있다.

책상 앞에는 남자친구와 찍은 네컷 사진, 폴라로이드 사진을 비롯해 사람들과 찍은 사진들과, 그리고 엽서, 사진, 전시회표, 영화 티켓과 남자친구에게 받은 꽃이 잔뜩 붙어있다. 여러 색깔로 다채롭게 붙어 있어서 다양한 색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 벽에 걸린 액자에 어릴 적 피아노를 칠 때의 사진도 들어 있고, 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받은 메달들도 벽에 붙은 메달걸이에 걸려 있다. 천장에 에어컨도 있어서 시원하게 온도 조절을 해 준다.

책상 옆에는 나무를 깎아서 만든 침대가 있다. 근처에 있는 나무 만드는 가게에서 직접 만들어 준 것이다.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는 평범한 나무 침대보다 두 배 정도 비싼 가격이었는데, 상당히 짜임새가 좋고 편안하다. 라텍스 매트릭스가 깔려 있어서 누우면 안착되는 느낌이다. 몸이 포근하게 감싸져서 침대에 누우면 잠이 잘 온다. 어릴 적 할머니가 사주신 큰 베게도 침대 끝에 있어서 머리가 벽에 닿지 않게 해 준다. 침대 옆은 바로 베란다와 연결된 창문이라서 문을 열어놓으면 바람이 솔솔 들어오고, 멀리 산이 보인다.

벽을 거의 다 차지하는 큰 옷장에는 내 옷이 가득 들어있고, 가방을 놓는 곳도 따로 있다. 가운데에는 이불을 넣고 왼편과 오른편에 옷을 넣을 수 있는 큰 옷장이다. 이 옷장도 나무인데 어두운 색이다. 문과 연결된 벽에는 반야심경이 적혀 있는 두루마리를 걸어 놓았고, 그 아래는 남자친구가 사준 엘피 플레이어가 있다.

내 방에 대해서 최대한 눈에 보이는 대로 애정을 담아 적었다. 이 방에 있으면 쾌적하고 편안하다. 엄마가 깔끔하게 정리해 주셔서 각이 딱딱 맞고, 정돈된 느낌이다. 책을 읽고 공부하기 좋은 넓은 서재 같은 방이다. 이런 방이 있어서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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